독일 헤리티지 피해자 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 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이코리아] 금융감독원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들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 22일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투자자가 미리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을 판매사가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권리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안전하다고 판매하는 것이 ‘불완전판매’라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이미 상한 음식을 속여 판 것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불완전판매는 판매사가 투자원금 일부만 보상하면 되지만, 계약취소는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독일 헤리티지·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5대 펀드 중 계약취소가 적용된 사례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둘 뿐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판매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76~98%가 부실화됐는데도 운용사가 이를 숨기고 투자제안서를 허위 작성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옵티머스 펀드 또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실제로는 부실 비상장 사모사채에 투자한 점이 인정돼 전액 반환이 결정됐다. 반면 나머지 펀드의 경우 미래 위험요인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불완전판매에 따른 일부 배상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분조위는 헤리티지 펀드가 라임 무역금융펀드나 옵티머스 펀드와 비슷한 사례라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해외운용사가 중요 부분의 대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작성하였고, 6개 판매사는 계약 체결 시 상품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하여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에게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물론 분조위의 결정은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판매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금감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을 판매한 6개 은행에게 배상을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대구·씨티·KDB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NH투자증권 또한 지난해 5월,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조위의 ‘계약취소’ 결정을 수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계약취소를 수용할 경우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독박 책임’을 인정하게 돼,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사들이 당장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전액반환의 책임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실제 키코 사태의 경우 관련 은행들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협의체를 꾸려 자율배상에 나섰다. NH투자증권 또한 전액반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분조위 권고를 거부한 것이 아닌 만큼, 투자원금은 ‘계약취소’가 아닌 ‘사적 합의’의 형태로 전액 반환했다. 

한편,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 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단체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조위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분조위가 계약취소를 결정하기까지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고, 오랜 기간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면 만시지탄이나 분조위 결과를 환영한다”며 “금감원 분조위의 계약취소 결정 과정에서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루어진 덕분에, 늦었지만 올바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소비자보호처가 역할을 책임있게 한 것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판매사들의 후안무치하고 무책임한 대응들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며 “금감원 분조위는 판매사들이 신속하게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도록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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