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여야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금투세 도입 시기를 유예하는 대신 증권거래서를 추가 인하하라는 야당의 제의를 정부가 거부하면서 한동안 기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현재 0.23%인 증권거래세를 정부안(0.20%)보다 낮은 0.15%로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을 철회하면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정부의 금투세 2년 유예에 반대해온 방침을 바꿔, 조건부로 역제안을 내민 것. 최근 증시 침체로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점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반면, 정부와 야당 민주당의 역제안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는 여러 대내외 경제 상황 변화와 주식시장의 불안정·취약성 때문에 금투세 2년 유예를 제안했고,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낮추는 안까지 발표했다”며 “(민주당이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낮추자고 하는데, 과연 금투세 유예에 진정성 있게 동의하면서 제시한 것인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진=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사진=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여야  2년전엔 금투세 도입 합의, 증시 침체로 상황 변화

여야는 이미 지난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금투세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을 통해 연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올린 모든 투자자에게 22~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식 투자를 통해 손해를 봤을 때도 세금을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세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 게다가 기존에도 특정 기업 주식을 1% 또는 10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이중과세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증시가 침체되면서 금투세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투세 유예 및 도입 반대 의견은 총 57.1%로,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34.0%)보다 많았다. 주식에 관심이 많거나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로 한정하면, 금투세에 대한 부정 응답이 66.4%로 더욱 높아지는 반면, 내년 시행을 찬성하는 응답은 29.1%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기존 입장을 바꿔 정부에 조건부 유예를 제시했다. 민주당의 명분은 금투세 유예가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것인 만큼, 유예안 또한 고액투자자보다 소액 투자자를 위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증시 부양을 통해 개미의 우려를 지우기 위해 금투세 도입을 늦추는 것이라면, 거래세도 정부안(0.23%→0.20%)보다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것. 비과세 조건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하는 정부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청도 고액투자자보다 소액투자자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여당은 금투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대신 주식양도세 기준을 20년전으로 역주행하여 100억으로 상향하고 금투세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려던 것을 0.20%로 높임으로써 극소수 고액투자자들의 세금은 탕감해주면서 개미투자자들은 손실이 났음에도 납부했던 증권거래세는 유지하자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했다”며 “이야말로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매각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은 꼬박꼬박 증권거래세를 내고 극소수 거액투자자들은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부자감세”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 거래세 인하 시 1조원 세수 감소 우려

반면 정부도 할 말이 있다. 금투세 도입은 증권거래세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금투세 도입과 함께 거래세는 점진적으로 축소돼 걸국 사라질 운명이었다. 양도세와 거래세를 동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데 거래세만 먼저 추가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이중감세가 될 수 있다. 

금투세 도입과 거래세 도입은 연동된 사안인 만큼 하나만 따로 추진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세수감소다. 실제 2019년 4.5조원에 불과했던 증권거래세는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활황으로 인해 2020년 8.8조원, 2021년 10.3조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증시 침체로 거래세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인하까지 단행할 경우 세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정부안대로 거래세를 0.20%로 인하하면 세수가 8000억원 감소하지만, 야당 제안대로 거래세를 0.15%까지 낮추면 1조9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야당 사이에 1.1조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실제 추 부총리는 21일 “(민주당이)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비판해왔는데, 갑자기 1조원 이상 세수가 줄어드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반문하며, “야당에서도 경제 상황이 어려운 부분을 감안해, 전향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금투세 시행 2년 유예·거래세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함께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일본·대만 사례 반면교사, 장기적 금투세 도입 계획 필요

금투세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 도입 여부가 합리적 계획 없이 정쟁에 휘둘려 결정될 경우 자칫 증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만의 경우 지난 1989년 급하게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했다가 거래량 감소, 주가지수 급락 등의 부작용을 겪고 1년 만이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반면, 지난 1989년 증권거래세를 0.55%에서 0.3%로 인하하면서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하기 시작한 일본은 무려 10년에 걸쳐 통해 점진적으로 세제를 개편에 1999년 거래세 폐지 및 양도세 도입을 완료했다. 치밀한 준비와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시장에 줄 충격과 투자자들의 불안,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한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금투세 대안 정책을 국민들에게 더 홍보하고 그 필요성을 알릴 것"이라며 "만약 민주당의 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내년 시행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금투세를 놓고 갈등 중인 여야가 합리적인 세제개편을 위한 합의점에 다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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