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걸(왼쪽) 국회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와 신동근(오른쪽) 국회 기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재위 소위원회 구성 논의를 마친 뒤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성걸(왼쪽) 국회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와 신동근(오른쪽) 국회 기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재위 소위원회 구성 논의를 마친 뒤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회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가업상속공제와 관련된 논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엄격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 기업승계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부자·대기업에 대한 혜택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3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매출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를 최대 1000억원으로 상향하며 ▲피상속인 지분요건도 50%에서 40%(상장사 40%→30%)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사후관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고용·자산유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는 경영계의 오랜 요구 중 하나였다. 실제 경영계는 공제를 받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공제를 받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용민 진조세금융연구원 대표는 지난 15일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과 자유기업원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2016~2020년 가업상속공제 연평균 이용 건수가 92.8건으로 독일(9995건)에 비해 100배 이상 적다”며 “이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한 데 기인한다. 특히 7년간 정규직 근로자 전체 평균 100% 유지, 업종 변경 제한 등의 사후관리요건이 대표적인 애로불만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기업이 계속 일자리·소득을 유지·창출하도록 하는 제도의 목적에 맞게 ‘가업상속공제’라는 용어를 ‘기업승계세제’라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엄격한 사후관리요건에 대한 불만도 높다. 특히, 고용·업종유지 등 사후관리요건은 기업의 신사업 진출 및 사업 확장이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가업상속공제 사후요건 검토’ 보고서에서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사후요건 중 ‘자산 유지’나 ‘업종 유지’ 규정은 4차산업혁명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흐름을 감안할 때 신산업 진출이나 사업전환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변화하는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혁신 성장 구현을 위해 기업이 축적한 지식과 역량이 다음 세대로 전수될 수 있게 가업상속공제의 사후요건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업상속공제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주요국의 공제 조건이나 사후관리요건은 국내보다 덜 까다로운 편이다. 독일의 경우 한국보다 공제 대상의 범위가 넓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후관리요건은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특히 상속 후 고용유지와 관련해서는 인원이 아닌 급여 총액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른 제한이나 사후관리요건이 아예 없다.

반면 가업상속공제 완화가 부자·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혜택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가업상속공제의) 입법취지 자체는 수긍할 수 있으나, 상속증여세의 기본취지나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매우 예외적으로 입법취지가 달성될 수 있을 때 한해 적용되어야 한다”며 “(공제) 대상범위 확대는 중견·중소기업 영속성 보장이라는 입법취지와 거리가 멀고, 사후관리 기간 축소 역시 기업체의 영속성 유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5월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총 76개이며, 이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47개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아닌 공시대상기업집단 29개 소속 (중견)기업은 총 657개사”라며 “이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일정한 요건만 충족된다면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면 법률상의 큰 흠결”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가업상속등 공제의 지속적인 대상 확대와 법률상 흠결로 인해 농·어민과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상속 등을 지원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퇴색하고 사실상 대기업을 포함한 대주주 개인의 세 부담 완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지배주주에 대한 세제 혜택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부의 재분배라는 조세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기재위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세제개편안 심사 또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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