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인 FTX 파산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암호화폐거래소인 FTX 파산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코인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과거 마운트곡스 해킹 사고와 비교하며 여파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파산보호 신청서에 따르면, FTX의 부채 규모만 약 500억 달러(약 66조원), 채권자 수는 약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코인거래소로 평가받는 FTX의 업계 위상과 부채 및 채권자 규모를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코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암호화폐 시황중개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FTX 인수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8일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FTX가 파산을 신청한 11일 한때 1만5876달러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바이낸스의 인수 철회 발표 직전 2만1000달러를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사흘 만에 20% 이상 폭락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16일 오후 4시 현재 1만68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마운트곡스, 리먼, 엔론... FTX 사태 닮은 꼴은? 

이번 FTX 파산 사태를 두고 과거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를 떠올리는 코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한때 전 세계 코인 거래량의 70%를 소화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는 지난 2014년 2월 해킹으로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결국 파산했다. 이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의 안정성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투지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결국 코인시장은 긴 빙하기에 돌입하게 됐다. 2013년 말 1100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해 200달러대를 횡보하게 된 것.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2월에 이르러서야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다. 코인시장이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는데 총 3년이 걸린 셈이다.

반면 FTX 사태가 마운트곡스보다는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와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운트곡스가 외부 해킹으로 무너진 반면, FTX는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를 남발해 스스로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 FTX는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를 통해 루나 사태 코인시장 하락기를 틈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알라메다의 자산 대부분이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 FTT로 구성된 데다, 알라메다가 FTT를 담보로 대출받은 자금을 통해 투자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FTT 가격이 하락하면 알라메다에 이어 FTX까지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것. 결국 이러한 우려는 뱅크런 사태를 불러왔고 FTX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는 눈앞의 이익만 보고 부동산 시장의 위험을 무시한 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가 결국 위험관리에 실패해 무너진 리먼브라더스의 사례와 닮아있다.

하지만 최근 FTX가 고객 돈을 무단으로 빼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FTX 사태는 마운트곡스도, 리먼도 아닌 엔론 사태와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FTX는 알라메다가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FTX 고객자산(총 16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약 100억 달러 상당의 FTT를 대출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공격적 투자로 인해 위험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고의로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것. 이는 분식회계를 통해 유령회사로 부채를 떠넘기며 투자자를 속였다가 결국 2001년 파산한 미국의 천연가스 기업 엔론의 사례와 비슷하다. 

◇ FTX 사태, 코인 넘어 금융시장까지 여파 미칠까

한편, FTX 사태의 여파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FTX의 위상을 당시 마운트곡스에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통화긴축으로 자산시장의 거품이 걷히면서 코인 시장이 침체기를 걷는 상황인 만큼 코인 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것. 지난해 말 6만 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급격한 금리상승과 루나 사태의 여파로 급락해 지난달 이후 2만 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는 FTX 거래소의 자산 부족과 운영상 부정 문제 등이 원인이지만, 고강도의 긴축과 이에 따른 시장 내 유동성 부족이라는 매크로적 상황, 그리고 그간의 가상자산 업계에서의 무리한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행위 등이 가져온 결과”라며 “과거 2008~2009년 금융위기도 레버리지가 극에 달했을 때 발생하고, 이후 디레버리징 작업이 수년간 지속돼왔다. 가상자산 시장도 한동안 디레버리징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가장 큰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것은 스테이블 코인 붕괴”라며 “테더사가 보유하고 있는 준비금 680억 달러 중 미국 국채가 397억 달러로 보유준비금 매도 시에는 전통금융에까지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번 사태로 인한 위기가 금융시장까지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FTX 자산 규모는 약 5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의 자산 규모(약 6500억 달러)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FTX 사태의 여파가 코인 시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이어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리먼 사태의 경우 주택시장 혹은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구조였다”며 “상대적으로 가상화폐 시장과 금융시스템과의 연결고리는 매우 약한 상황이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 리스크가 금융기관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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