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가운데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이코리아]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으로 인해 건설·주택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해외건설수주로 ‘제2의 중동붐’을 일으켜 건설인프라의 모멘텀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가 체감하는 경기지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높은 금리와 경기 위축 및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5.7포인트 하락한 55.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2월 54.3 이후 9년 8개월 이후 최저치다. CBSI는 건설 기업의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국내 건설·주택시장 전망도 어둡다. 

건산연은 2일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7.5% 감소한 206조8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 수주액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증가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박철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0% 이상 감소하고 고금리 등 어려운 시장 여건으로 인해 수주액이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산연은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로 매수 심리 부진은 계속되고, 거래 침체의 골은 올해보다 내년 더 깊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매수세가 급감하는 가운데 국내건설사들의 올3분기 신규수주는 여전히 건축·주택에 집중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규 수주 중 건축·주택 비중은 각각 △삼성물산 건설부문 97.1% △현대건설 79.8% △DL이앤씨 77.5% △GS건설 85.8% △HDC현대산업개발 88.3%에 이른다. 

미분양 물량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4만1604가구로, 전월보다 27.1% 증가했다. 이는 2015년 11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이 7813가구로, 한 달 만에 55.9%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2000년대 후반 주택경기가 꺾이면서 미분양이 16만 가구 이상 속출한 부동산 침체기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년간 등한시한 해외건설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도 해외수주를 장려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연 300억 달러 수준인 해외 수주액을 연 5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실제 국내 건설업체들의 3분기까지 해외 수주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로써 기존 올해 목표금액인 300억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건설 수주추이. 자료=해외건설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건설 수주추이. 자료=해외건설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3일 기준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54억61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한 금액이다. 수주 건수는 374건에서 456건으로 22%, 시공 건수는 2056건에서 2280건으로 11% 각각 증가했다.

또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원팀 코리아'를 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주지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오는 4일부터 9일까지 4일 간 사우디아라비아에 원희룡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네옴시티 등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주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 일대에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친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2030년까지 총 4~5단계 순차 발주가 예정됐고 사업 규모만 5000억불 규모다.

이번 파견은 고유가에 따른 중동지역 인프라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원팀 코리아'를 구성하고 네옴 등 메가 프로젝트 발주가 진행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집중 공략해 '제2의 중동붐'을 견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우리 정부기관 최초로 네옴 현장을 방문해 정부의 협력의지를 전달하는 사례로, 사우디 교통물류부와 공동으로 오는 6일(현지시간)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를 개최해 우리기업을 홍보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수주지원단 파견은 원 장관이 정부 최초로 네옴시티를 방문한다는 데 의미가 깊다”며 “네옴 CEO와 면담을 통해 네옴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및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정부의 협력의지를 적극 표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네옴의 첫 프로젝트인 '더 라인(The Line)'의 터널사업,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로 참여 중이다. 원 장관은 더 라인의 터널사업 및 상부구조물, 옥사곤 항만 등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협조와 향후 발주사업 정보 공유를 요청할 계획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해외건설사업에 대한 지원확대나 정부기조변화가 국내 부동산시장 급랭 요인과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도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상위 20~30위 건설기업들의 경우, 국내 건설시장만 참여해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해외시장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손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부동산이 워낙 좋았기도 했고, 최근 몇 년간 유가도 하락세인데다 코로나19 사태도 겪어서 해외시장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유가가 오르면서 중동의 재정여력도 나아진데다 코로나 리스크도 줄고 해서 그동안 못한 프로젝트들이 나온 것”이라면서 “최근 국내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도, 기업도 해외 건설 파이를 늘려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기업입장에선 해외 진출 확대를 할 만한 여건”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건설수주와 관련해 지원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의 경우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만드는 만큼 발주가 계속 이어져야 되는 거니까 당장 6개월 이내 큰 변화라든가 너무 핑크빛 전망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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