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11월 FOMC 성명을 발표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처=미 연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2일(현지시간) 11월 FOMC 성명을 발표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처=미 연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 75bp(=0.7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만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인데, 가파른 인상 속도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은 결과다. 

연준은 이틀 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현재 3.00%~3.25%에서 3.75%~4.00%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결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제 지표들에 대해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회의(9월) 이후 나온 데이터에서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시사됐다”면서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논의하기에 시기상조”라며 “아직 갈 길이 좀 남아 있다(some ways to go)”고 밝혔다. 

다만 지속된 긴축 정책과, 인플레이션과의 시차,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성명에서 “누적된 긴축 통화 정책,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반영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4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금리를 75bp 올렸다”면서 “금리를 더 적게 올릴 수 있지만 계속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고 분석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잭 맥클랜타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월 의장의 어조가 꽤 매파적(긴축적)이었다”고 미국 CNBC방송에 말했다.

맥클랜타이어 매니저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연준이 아직 할 일이 남았고 금리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라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비둘기파적(완화적) 단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FOMC 기자회견을 통해 좀 더 명확해진 것은 고용 약화 신호 전에 연준이 물러날 것이란 일부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문제는 노동시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기업들은 생각보다 가이던스를 낮춰 잡지 않았다. 여전히 4분기에도 기업들은 대량해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 경기는 예상보다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근원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 국제유가 반등과 같이 물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시점은 여전히 물가와 고용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될 공산이 크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내년 1분기 정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파월 의장이 최종금리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의 ‘10월 물가고점론’도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연준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벌어졌다. 

치솟는 물가도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지난해 10월보다 5.7% 상승해 석 달 만에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었다. 전기, 가스, 수도 상승률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3.1%를 기록했다. 개인 서비스 상승률도 앞선 달과 같은 6.4%로, 6.6%를 기록한 지난 1998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5%대 중후반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국의 강한 긴축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0.5%포인트 인상, 이른바 빅 스텝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금리차가 클수록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환율도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지는 만큼,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서 8월 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정부는 10월 이후 물가가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10월 정점론'을 강조해왔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9월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고물가 상황과 관련해 “10월을 정점으로 내려가는 속도는 완만하고, 높은 수준 물가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은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며, 개인 서비스물가는 당분간 6%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고환율과 산유국 감산 확대 등을 물가 상방 리스크로 꼽았다.

연준이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발언한데다 물가가 한동안 5%대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0월 물가 정점론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비상경제금융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당국 수장들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파월 의장이 긴축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고 “최종 금리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여느 때보다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연준의 책무 수행 적합도는 약 80~90%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최종 금리 레벨도 4.75% 정도로 판단해, 우리나라는 125bp의 정책금리 격차로 만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5% 이상의 최종 금리 수준은 아직 가능성의 영역으로 판단한다”면서 “관련해 주목해 볼 지표는 미국 국채금리로, 10년 국채 금리가 이전 고점을 수준을 의미 있게 돌파할지가 주가와 달러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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