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전기 대비, 단위: %) 자료=한국은행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전기 대비, 단위: %) 자료=한국은행

[이코리아]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3분기 한국 경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2.6%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4분기 역성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6%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였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1.9% 증가했으며, 설비투자 또한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어 5.0% 증가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3분기 GDP 성장기여도는 각각 0.9%포인트, 0.4%포인트로 수출 부진(순수출 –1.8%)의 악영향을 상쇄했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중반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다만, 3분기의 성장세가 4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이번 한은 발표를 두고 오히려 4분기 역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3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 및 투자 회복세가 계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4분기에는 리오프닝 효과 약화로 소비가 전기 대비 소수점 한 자릿수 중반 수준으로 둔화가 예상된다”며 “투자 역시 IT 설비투자 집행이 이어지나 단기자금시장 경색과 경기 전망 악화 등을 감안 시 4분기에는 재차 부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이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 선진국 긴축 충격 등에 대외 수요가 꺾이기 시작했다. 4분기 중 수출 감소 전환에 순수출 성장기여도의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열악한 대내외 수요 환경을 고려 시 4분기에는 소폭의 역성장이 경계된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날 보고서에서 “민간소비의 경우 급격한 위축은 당장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심리의 악화 및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는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 사이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3분기보다 4분기 그리고 2023년 1분기로 갈수록 민간소비의 성장 견인력은 약화될 공산이 높다”며 “3분기까지는 그나마 전기비 기준으로 플러스 증가율을 보인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4분기 혹은 2023년 1분기에는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주요기관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5%) 대비 0.3%포인트 하향한 2.2%로 발표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2.1%에서 2.0%로 전망을 하향했다. 

국내에서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했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1.8%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또한 지난 12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에 대한 한은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에만 두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가 둔화될 경우 4분기 역성장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과의 금리 차 유지 및 물가 압력 등을 고려하면 11월에도 5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이 필요해 보이지만 국내 신용경색 리스크, 경기둔화 및 차이나 런 리스크 등은 금통위의 고민을 깊게 할 것”이라며 “여하튼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도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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