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평택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평택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 대신 ‘지속 투자’와 ‘신제품 출시’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인 김한조 의장이 발의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12년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대외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책임경영 강화와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 회장 승진 첫날,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1% 줄어드는 등 좋지 못한 반도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5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3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76조7817억 원으로 3.79% 늘어 3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익은 되레 줄어든 것.  

삼성전가가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데는 버팀목 역할을 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인해 재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든 5조12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 2분기 기록한 9조9800억 원와 비교해서도 4조원 넘게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 감소한 23조200억 원을 기록했는데,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주게 됐다. TSMC는 3분기 매출액이 약 27조 원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악화, 미중 패권 갈등과 같은 굵직한 거시경제 이슈가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3분기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23일 당장 올 4분기 D램 가격이 13~18%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바일과 그래픽 D램의 가격 하락폭은 각각 13~18%, 10~15%로 예측됐다. D램과 주요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경우 15~20%의 가격 하락을 점쳤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까지 어두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는 부담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했으며,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에 장비를 반입할 때는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다.

컨설팅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38%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행히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공장과 관련해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히려 대규모 시설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런 이유로 단기적으로 수급 균형을 위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설비투자(CAPEX)와 관련해서도 유연한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고자 적정 수준으로 인풋(input)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5세대(1b) 10나노미터(㎚)급 D램, 세계 최고 용량의 8세대(200단 이상) V낸드 등 차세대 신제품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원가경쟁력을 고려한 제품 믹스 운영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D램 사업 운영 기조를 유지하겠단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2억 화소 이미지센서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파운드리의 경우 수율 추가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가 신사업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2022년 54조원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시설투자는 12조7000억 원이며 1~3분기 누적으로는 33조원이 집행됐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 유동성자산 명실상부 글로벌 톱 수준이다. 자료=KB증권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 유동성자산 명실상부 글로벌 톱 수준이다. 자료=KB증권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기술(인적능력)과 자본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제 중화학공업 분야를 넘어서 ‘첨단기술 분야’로의 산업 고도화를 위해 투자를 강행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글로벌 기업들 중 톱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매우 크지만, 삼성이 발표했던 기존의 ‘5년간 450조원’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전혀 놀랄 것 없다. 오히려 주목할 것은 ‘삼성의 투자가 이제 본격화한다’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에 대해 “2023년 반도체 다운사이클 속에서 CAPEX를 집행해 인프라 투자 및 선단 공정을 선점해 중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할 계획인데, 경쟁업체들 대비 우월한 수익성 및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다운사이클 대응 방식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반도체 부문의 감익폭이 기존 추정치대비 확대되어 연간 영업이익은 31조원으로 하향하지만 해당 다운사이클을 상대적으로 견딜 수 있는 힘을 확보했고, 업황 회복 시에는 선제적인 투자의 결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디스플레이 및 MX(무선사업부)는 2023년 증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하이브리드 업체로서의 장점이 돋보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 삼성전자의 낸드 점유율 확대 및 올레드(OLED)의 최대 실적이 점쳐지는 전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다운사이클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수익성이 기대되는 이유는 낸드와 올레드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4분기 현재 삼성전자 낸드는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흑자 구조를 확보해 낸드의 가격탄력성을 활용한 선제적 수요창출이 가능하고, 디스플레이(DP)는 아이폰 플렉서블 올레드의 독점적 공급 지위로 최대 실적 달성이 전망된다”면서 “디스플레이 영업이익 비중(2022년 예상치 13.6%→2023년 예상치 20.8%)이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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