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시세 70~80% 정도 되는 분양가에 초저리의 대출을 해주는 주택을 청년층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게 골자로,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40·50 중장년 역차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의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공공분양 주택 물량은 2027년까지 모두 50만 가구다. 

이 가운데 전체 물량의 68%인 34만호는 39세 이하 미혼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40·50 세대에도 16만 채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총 50만호 중 수도권은 36만호, 비수도권은 14만호로 수도권 공급 비중이 72%에 달한다. 

공급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총 50만호 중 절반인 25만 호가 배정된 '나눔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합친 유형이다. 시세 70% 이하 분양가로 공급하고 의무거주기간 5년 이후 공공에 환매 시 시세차익의 70%를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적은 돈으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낮은 금리로 집값의 80%까지 빌려주기로 했다. 예를 들면, 시세 5억 원 주택 구입을 위하여 필요한 목돈이 이 모델에서는 7000만원 수준까지 낮아진다. 나눔형 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년의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의 140%(올해 적용 기준 월 449만7000원) 이하로 제한된다.

두 번째로는 10만호가 배정된 임대로 6년간 살아보고 분양을 결정하는 ‘선택형’이다. 분양 선택하지 않을 경우, 4년을 더 임대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거주 기간은 청약통장 납입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분양 전환 시 분양가는 입주 시 분양가와 분양 시점의 감정가의 평균 가격으로 분양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일반형’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시세 80%의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모델로, 15만호가 배정된다. 

이중 선택형과 나눔형 공공분양은 초저리의 장기전용 모기지를 신설했다. 조건은 최대 5억 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미적용한다. 일반형은 주택기금대출을 해주되 청년층에 대해 한도와 금리를 우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2023년 고덕 강일(500호), 동작구 수방사(263호) ,강서 마곡10-2(260호), 서울 위례(260호) 등 알짜 입지에 사전청약 1.1만호를 조기 공급하고, 민간분양의 청약제도를 개편해 중소형 평형에 추첨제, 대형평수는 가점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서울 고덕강일 3단지를 시작으로 3100 가구의 사전청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소셜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미혼 청년의 주거 안정도 당연히 중요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상대적 시세차익이 커지는 수도권 나눔형은 미혼 금수저들을 위한 정책” “인구감소 시대에 결혼하고 애를 낳지 말라는 건가”라는 의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기위축 가능성과 금리 인상, 집값 고점인식 등이 겹치며 거래가 줄고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지만, 주택시장의 회복기 집값 재불안이 일지 않도록 장기적 공급 시그널을 주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위례신도시, 남양주왕숙, 고양창릉, 구리갈매 등 이미 공개된 공공택지 등을 제외하고 민간이 주도로 할 도심복합사업이나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은 50만호 총량을 맞추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과 분양시장의 경기에 예민한 주택 개발 환경 상 금리인상의 종료와 경기위축 우려 등이 해결되지 않고선 민간부문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제도는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맡아야 하고 수혜범위도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돼야 하는데, 다양한 주거선택권과 전용 모기지 등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청약당첨에 따른 이익이 명확하다면, 이런 종류의 상품은 ‘구조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보니 청약제도의 조정이란 결국 ‘배분비율의 조정’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 역시 비교적 차익기대가 큰 입지로 수요가 쏠리는 청약양극화 현상은 극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자산이 적은 청년층(미혼청년·신혼·생애최초)에 선택형에서 60%, 나눔형에서 80%를 배정하고 상대적으로 자금 마련이 용이한 무주택 40·50세대를 위한 일반형은 일반공급 비율을 확대(15→30%)할 예정이다. 선택형에도 다자녀·노부모 등 특별공급이 배정(30%)될 예정이다. 

함 랩장은 "나눔형, 일반형, 선택형 모두 공공분양이지만 일반공급의 20%는 추첨제 물량 배정으로 운에 의한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면서 "초기 자금이 부족하고 실거주 후 매각 차익을 통해 향후 다른 주택으로 교체할 목적이라면 나눔형 유형을 선택하되 5년 실거주 후 다시 5년간의 기간 동안 경기변동을 고려한 적절한 환매 타이밍을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공주택 50만호 가운데 68%인 34만호가 청년층에게 배정되는 것에 대해선 ‘세대별 배분의 형평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등으로 40·50 중장년층이 공공분양 청약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불만이 쌓인 가운데 이번 50만호 계획에서는 청년층 배정 비율이 종전 66%에서 68%로 되레 소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금번 계획에 중장년층의 수요가 많은 대형 평형(85제곱 초과)에 가점제를 확대해 중장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청년층 공급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고려했을 경우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초장기·저리의 정책모기지 혜택이 무주택자에게 집중될 경우 실거주 목적의 갈아타기 등 1주택자에 대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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