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에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가 겹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 연체율도 상승 추세로 전환된 만큼, 거시경제의 급격한 상황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8월말 기준 0.24%로 전월말(0.22%)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0.28%)과 비교하면 0.04%포인트 하락한 데다, 연체율이 통상 분기 중(2·5·8·11월) 상승했다가 분기 말(3·6·9·12월)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체율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 3년간 연체율이 매 분기 하락한 것과 반면, 최근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9~2021년 분기 중 연체율은 매번 0.01~0.05%포인트씩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1~2분기 중 연체율은 각각 0.25%(2월), 0.24%(5월)로 8월과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연체율이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살 만하다. 

여전히 낮은 연체율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각각 3년·1년간 연장했다. 5차례나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연장한 만큼, 현재의 연체율은 실질적인 부실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받은 차주는 약 57만명, 지원 규모는 141조원에 달한다.

고금리로 인한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데다 거시경제 상황도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발표한 ‘거시 충격에 대한 연체율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 및 금리 상승과 더불어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거시변수에 비정상적 충격이 발생할 때 은행의 여신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국내 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금리, 물가, 주가, 주택가격, 수출 등의 거시경제변수가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경제에 비정상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의 연체율과 대출손실률, 자본손실률(대출손실액÷자기자본)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경우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금리가 분기당 2.2%포인트 상승할 경우 예상대손율은 0.3%, 예상자본손실률은 2.4%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의 경우 물가 급등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물가가 분기당 2.2%포인트 오를 경우 예상대손율과 예상자본손실률은 각각 0.6%, 4.4%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자본손실률이 시중은행보다 높게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지방은행의 자본력이 시중은행보다 열위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방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해당 지표가 당장 은행의 건전성 위기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 선임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의) 예상대출손실액이 자기자본의 2.39%에 불과하므로 자기자본의 손실흡수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며 “일반은행 평균적으로는 자기자본의 손실흡수능력을 감안할 때 손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시경제의 충격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위험은 배제할 수 없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손실률 측면에서 보면 예상대손율은 0.30%, VR(신뢰도 99%에서의 최대가능대손율)은 0.49%, ES(대손율이 VR을 초과할 경우 평균대손율)은 0.53%”이라며 “2021년말 기준 시중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5%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대손율은 시중은행 수익성에 대해서는 매우 큰 타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보다 거시경제 충격에 더 취약한 지방은행이 입을  타격은 더 클 수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거시 충격에 대해 일반은행 전체가 평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낮은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거시 건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개별은행 차원에서 보면 거시변수에 대한 민감도와 충격흡수능력에 차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거시 건전성 차원에서는 충격에 취약한 은행들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개별은행 차원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수적”이라며 “거시 충격에 대해 상당히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은행이 있다면 해당 은행은 취약 부문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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