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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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금리차 확대 추세가 둔화됐다. 다만 최근 가파른 금리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시 제도의 효과를 장기화하기 위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방·특수·외국계·인터넷전문은행 등을 모두 포함한 19개 은행의 9월 예대금리차(가계+기업)는 단순 평균 기준 1.95%로 전월(2.00%) 대비 0.05%포인트 감소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평균은 같은 기간 1.45%에서 1.20%로 0.25%포인트 줄어들어 감소폭이 더 컸다. 국내 은행 예대금리차가 감소한 것은 지난 7월 공시 이후 처음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는 금리상승으로 인해 불어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시 시행 전인 지난 6월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공시 제도 시행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공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시행 전부터 의견이 엇갈렸다.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금리차가 좁혀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감소하고 대출상품이 획일화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정부가 금융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며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특히 지난 8월(2.00%)에는 공시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가 7월(1.88%)보다 0.12%포인트 늘어나, 공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5대 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1.21%에서 1.45%로 금리차가 0.24%나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9월 들어 금리차 확대 추세가 둔화되면서, 공시 제도에 대한 비판도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대금리차 공시의 효과에 대해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의 경우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의 평균은 9월 기준 2.27%로 전월(2.19%)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비록 9월 들어 상승폭은 감소했지만, 지난 7월 1.99%였던 가계 예대금리차는 공시 제도 시행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좁히면 7월 1.37%, 8월 1.51%, 9월 1.50%로 지난달 들어 금리차 확대 추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감소폭은 0.01%포인트로 미미한 수준이다. 

햇살론뱅크, 햇살론15, 안전망 대출Ⅱ,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18개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 또한 8월 2.04%에서 9월 2.09%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5대 은행 평균은 같은 기간 1.39%에서 1.36%포인트로 0.03%포인트 감소했다.

향후 금리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발간한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일반은행 13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잔액 예대금리차는 0.245%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조건인 반면, 예금의 경우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예금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오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

특히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고물가·고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예정인 만큼, 9월 들어 좁혀진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예대금리차 공시 효과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좁히기 위해 저신용자를 배제하고 고신용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은 필수적이다.

한은은 “(은행 간) 경쟁의 축소는 경우에 따라서는 예대금리차 확대의 빌미를 제공하여 차주들 부담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 따라서 금리 관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여 차주들이 은행 및 상품에 대해 보다 폭넓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금융당국은 은행 간 경쟁촉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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