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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법인세 인하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감세를 통해 기업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하향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만 수혜를 입는 부자 감세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 기재부 “기업 본질에 대한 오해”

법인세 인하 논쟁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재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대해 “대기업을 부자로 보는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인세 개편안은 중소·중견기업이 오히려 대기업보다 감면 폭이 크다”고 말했다. 영국이 법인세 인하 계획을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영국의 문제의 핵심은 감세가 아닌 재정건전성이다. 감세 철회는 소득세 최고 구간 45%를 40%로 낮추고자 했던 부분”이라며 “영국의 국가채무비율은 100%가 넘는데 우리는 그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감 이후 법인세 인하 논란이 다시 격화되자 기재부에서도 해명을 내놨다. 기재부는 지난 12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에게만 특혜를 주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대해 “법인세 감세안의 수혜대상이 0.01% 대기업이라는 것은 이번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 개편의 내용과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의 주된 내용은 현행 4단계 누진세율 체계를 일반기업의 경우 2단계(20%, 22%)로 단순화하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3단계(10%, 20%, 22%)로 하고 10% 낮은 세율 구간을 현행 2억원에서 5억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라며 “수혜대상이 0.01% 대기업에 한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납부세액 대비 세부담 경감률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어 “법인세는 자본에 대한 과세이며 대규모 자본이 결합한 기업을 부자로 이해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도 법인세를 인하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내 초대기업이 주로 감세혜택을 봄에도 불구하고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제도를 도입한 것도 법인세 감세의 혜택이 결국 주주·종업원·협력기업을 통해 국가 전체에 돌아간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 평가 및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이 3.3%포인트 인하되면 자본의 사용자비용은 3.89% 하락하고 총투자는 49조537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법인세율이 인하되면 ‘자본의 사용자비용 하락 → 투자 증가 → 자본스톡 증가 → 노동의 생산성 증가 → 성장률 증가’라는 경로를 거쳐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법인세 인하로 민간·기업·국가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오히려 대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대기업의 R&D 세제지원에 대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시설투자세액공제 중 국가전략기술에 대해서만 2%p 인상되었을 뿐, 그간 축소되었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에 대한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지원하고 있는 현행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제에 대한 정책방향 변화가 없어 대기업의 승계에 여전히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 국내 기업 세부담, OECD 평균보다 클까?

반면, 현재 국내 기업의 세금 부담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지 않다며 법인세 인하를 추진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인세율만 따지면 한국의 최고세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지난해 기준 OECD 평균(23.3%)보다 1.7%포인트 높다. 순위로 보면 OECD국가 중 8위에 해당한다. OECD 법인세 최고세율 평균이 지난 10년간 23.7%에서 21.5%로, G7은 26.7%에서 20.9%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오히려 22%에서 25%로 오른 것도 법인세 인하의 명분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히 법인세만으로 기업의 세금 부담을 측정하는 것은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유찬 전 조세연구원장은 지난 4일 기재부 국감에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은 19.7%이며, 이는 영국, 일본과 비슷하고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보다 낮다”며 법인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또한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세부담이 비슷한 경제규모의 국가들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세(2.5%)를 더한 국내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로 OECD 평균(24.9%)보다는 높지만, G7(30.2%)보다는 낮다. 

국제기구의 지표에서도 한국 기업의 세부담은 높은 편이 아니다. 실제 세계은행은 법인세에 사회보험료 및 의무적인 기여금 등 각종 준조세를 더해 기업의 소득에서 세부담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조세부담률’이라는 지표를 작성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총조세및부담률은 2019년 기준 33.1%로 OECD 평균(41.6%)은 물론 세계 평균(40.4%)보다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상승한 것과는 달리 한국의 총조세및부담률은 지난 2005년 36.8%에서 2019년 33.2%로 오히려 하락했다. 

한편 기재부는 “경쟁국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높고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활성화 및 투자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진 국가들이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단일세율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 효과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정부 및 여야 간의 논쟁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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