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그래프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주가 추이. 오른쪽 그래프는 한국과 대만 외국인 주식 순매도 추이. 자료=하이투자증권
왼쪽 그래프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주가 추이. 오른쪽 그래프는 한국과 대만 외국인 주식 순매도 추이. 자료=하이투자증권

[이코리아] 잇따른 각종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10월 들어 외국인이 전자·전기업종을 중심으로 국내주식의 순매수를 확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흐름 지속과는 상반된 모습인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여파가 한국보다 대만 IT업황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심리에서 나온 추세라는 의견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에만 2조원 이상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10월 들어 12일까지 거래소 기준으로 약 1조700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자·전기업종에서 외국인은 약 1조6000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10월 외국인 순매수를 주도하고 있다. 

13일 오전 9시5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6포인트(0.22%) 하락한 2197.61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1억원과 175억원을 순매도하고 있으며, 개인이 25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측면에서 한국 증시와 자주 비교되는 대만의 증시의 경우에는 10월에도 외국인은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증시 대장주인 TSMC 주가는 10월 들어 5.8% 하락한 반면에 삼성전자 주가는 5.1% 상승했다. 7월 이후 등락률을 보면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 주가는 7월 1일 이후 16.5%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2.1% 하락에 그치고 있다. 다만,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TSMC 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35.4%와 28.7%의 하락 폭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 들면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대장주의 흐름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이후 악화되고 있는 양안관계 악화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여파 악영향이 한국보다 대만 IT 업화에 더욱 큰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상반기 중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대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하반기 들어 한국보다 가파른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과 함께 양안관계 악화가 대만 IT 등 제조업 경기사이클에 큰 충격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입장에서 한국보다 대만 IT 업황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국내 전기·전자업종의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코스피의 저가 매수 메리트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박 연구원은 “지난 7월 전고점 대비 코스피 지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는 더욱 가파른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가격 메리트를 촉발할 수 있는 지수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유럽 및 중국 리스크 등이 잠재해 있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기조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다만 국내 주식시장의 저가 메리트를 주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의 추가 대중국 규제가 TSMC에 수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과 수요 밸런스가 중요한 메모리 산업에 큰 수혜라고 판단한다”며 “미국의 추가 규제로 중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 기업과 잠재적 경쟁 관계인 TSMC에도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 연구원은 “중국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이 늘 경우 20년 이상 경쟁을 통해 소수 기업으로 재편된 현재 메모리 산업의 공급 구조가 경쟁 위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이 반도체 기업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 국내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했다. 지난 7일 미국이 발표한 중국 반도체 산업 추가 규제안은 반도체주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미국은 18nm 이하 DRAM, 128단 이상 NAND, 14nm 이하 로직 반도체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반도체 장비 반입에 대해 건별로 심사 및 허가를 받도록 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반도체 칩,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KLA의 반도체 장비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로라 첸 씨티그룹 연구원은 투자 메모에서 “이번 규제 조치는 장기적으로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의 1년 수출통제 유예 조치로 단기적 숨통이 트여 중국 현지 공장 생산라인 고도화에 한정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시안에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평택공장과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공장 등 향후 176단 이상의 낸드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우시와 다롄 공장을 보유한 SK하이닉스도 이천 및 청주공장 확대와 해외 신규 생산거점을 통해 1a EUV 공정을 포함한 선단공정 캐파 확대를 위한 생산거점의 전략 재설정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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