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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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 상환을 또다시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질적인 연체 리스크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의 차주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4월 시행 이후 5번째 연장으로, 대출 만기는 최대 3년, 상환유예는 최대 1년 연장된다. 

당초 코로나19 금융지원은 이달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최근 금리·물가·환율의 3고(高) 현상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영업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당초 예정대로 9월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할 경우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충분한 위기대응시간을 부여함으로써, 차주와 금융권 모두가 충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재연장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금융지원이 5차례나 연장되면서 은행권의 잠재적 부실리스크도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대출된 금액은 지난 6월말 기준 141조원, 차주는 총 57만명에 달한다. 금융위는 만기연장의 경우 차주와 금융사 간의 자율협약을 통해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은행권이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아직 회복이 더딘 차주들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은행권으로서도 141조원의 대출 만기가 추가 연장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BIS기준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 및 단순기본자본비율은 각각 12.70%, 13.94%, 15.29% 및 6.25%로 모두 규제비율(7.0%, 8.5%, 10.5%, 3.0%)을 상회했다. 연체율 또한 안정적이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2%로 전년 동월 대비 0.05% 하락했다. 코로나19 직전 연체율이 0.4~0.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체 리스크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부실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총 대손충당금 잔액 ÷ 고정이하여신) 지난 6월말 기준 205.6%로 전분기 대비 24%p 상승했다. 

다만 반복된 코로나19 금융지원 연장 조치로 인해 은행권이 안고 있는 잠재적 부실리스크의 크기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되면서 금융지원을 받은 차주의 대출은 모두 정상채권으로 분류돼 연체율 계산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금융지원 덕분에 이자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환유예 차주의 경우, 은행이 실질적인 상환 여력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의) 지원정책은 부실의 현재화를 연기해줌으로써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줄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만기연장 조치로 인해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들면서 적립률 또한 실제보다 높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제 부실채권이 아닌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코로나19 초기(0.86%)와 현재(6월말 기준 0.86%) 큰 차이가 없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인한 착시효과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들어 지표 자체도 소폭이지만 악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BIS기준 자본비율은 규제 기준을 상회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이후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대출이 늘면서 위험가중자산은 늘었지만, 금리상승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본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재연장 조치에 대해 “기존의 4차 재연장과 달리, 부실의 단순이연이 아닌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상환유예 지원기간 중 정상영업 회복 이후의 정상상환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토록 하고, 정상상환이 어려워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차주에게는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상환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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