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본사 외관.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본사 외관. 사진=한화그룹

[이코리아] 한화그룹이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방위산업과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26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합의서에 따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을 분담하고,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도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우조선은 세계3위 조선업체로, 대우그룹 해체 이후 21년간 공적자금 11조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 계열과 인수합병(M&A) 거래를 추진했으나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는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매각 가격보다 새 주인을 빨리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 측은 “조선업의 높은 변동성 하에서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미래 신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 및 재무 역량을 갖춘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확충,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상태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추진이 가능한 신주 인수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7위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자산총액은 92조원대로 늘어나 ‘100조원 클럽’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앞서 한화는 지난 2008년에도 6조원 이상을 들여 대우조선 매입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일부 구성원의 반발에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 조선 불황 우려가 겹쳐 인수를 포기했다. 

이번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방산·항공우주를 신성장 사업으로 역량 강화에 나섰다. 그룹 내 흩어진 방위산업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하나로 통합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함정·잠수함 등 군용 특수선에 강점이 있는 대우조선해양까지 품으면 단순히 군 특수선 사업이 추가되는 것을 넘어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써 영업력 및 영향력, 네트워크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태양광과 풍력에 이어 LNG 운반선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조선업을 하지 않는 한화가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은 독과점 시비도 없을 전망이다. 

다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최종 인수자가 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의 낮은 재무 건전성이 과제로 꼽히는데,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총액 12조 중 부채가 10조원으로 부채비율만 676%에 달한다.

적자 장기화와 파업 여파에 따른 불안정성도 주요 과제다. 대우조선은 원자재값 상승 등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또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진 불안한 노사관계도 쟁점화 될 전망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속도전보다 검증이 우선”이라며 “노조가 배제된 졸속 매각”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한화가 왜 대우조선을 인수해야 하는지 노조에 내용을 설명하고, 또 노조 측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매각 협상에 노동자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산업은행은 한화의 경영 일탈을 방지하고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에도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이 추진되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은 ‘통매각’인데다, 동종업계에 매각하는 것도 아닌 만큼 노조 반발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매각은 쌍용자동차 매각처럼 인수 예정자를 선정한 뒤, 별도로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돼 최종 투자자가 바뀔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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