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힘입어 26일 한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30원을 돌파했다. 출처=구글 파이낸스 갈무리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힘입어 26일 한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30원을 돌파했다. 출처=구글 파이낸스 갈무리

[이코리아] 블룸버그통신이 아시아에 ‘제2의 외환위기’를 경고하면서 직격타를 맞을 통화로 원화를 지목해 주목을 끈다. 포함시킨 사유가 뭔지 살펴봤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 아시아 자본 이탈을 가속화해 1997년 발생한 위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6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위안 올린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고시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가 깨지는 이른바 ‘포치(破七·7이 파괴됐다)’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2020년 7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엔화 가치는 27일 기준 달러당 144.35엔까지 밀리며 최악의 화폐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영향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과 중국이 환율 방어를 위한 정책을 펼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금리 인상 여력이 아직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은 아직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부양 정책을 시행하면서 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계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일본과 중국이 아시아 경제·무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서 달러 강세가 무조건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고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미 자산운용사 BNY멜론에 따르면 위안화는 아시아 통화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는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인 엔화는 신흥국 통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엔화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꼽은 신흥국 통화 간 상관관계 지수는 지난주 0.9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면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짐 오닐 채텀하우스 의장은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아시아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 경제전략 담당도 “엔화와 위안화의 약화는 아시아 전체 통화시장의 불안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는) 이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으로 향해 가고 있다. 다음 단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시아에서 무역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한국이 통화가치 폭락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트란 투이 레 맥쿼리캐피털 전략가는 “한국의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 있는 국가의 통화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10억9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로 여전히 흑자다. 하지만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로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7일 원/달러 환율은 하락 출발해 142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2시 54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427.65원이다. 1년 전보다 21.30%포인트 오른 것이다. 전날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1420원을 뚫고 한때 1430원을 돌파했지만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소폭 하락한 모습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환율 상승이 과거 외환·금융 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외환시장에 대해 “8월 중순 이후 미국·유럽의 통화 긴축 강도 강화 기대,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로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으로, 올해 원화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주요 통화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 상승을 외환위기(1997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코로나19 확산(2020년) 등 과거 환율 급등기와 비교하며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긴축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주요 기인하며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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