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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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21일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온라인게임에서 러시아인 게이머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발동하고 30만 명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일간지 ‘더 위크’는 러시아의 동원령 이후 스팀의 대표적인 온라인 FPS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의 이용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플레이어의 11.65%가 러시아 이용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위크는 게임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이들이 21일 동원령이 내려진 후 징병 되어 군대로 가거나, 징병을 피해 나라를 떠나면서 이용자 30만 명이 감소했다고 분석하며 스팀 접속자 통계 ‘스팀 차트’를 인용했다. 해당 소식은 SNS와 각종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으며 국내의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유의미한 통계가 보이지 않는 스팀 접속자 통계 사이트 = 스팀차트, 스팀DB 갈무리
유의미한 통계가 보이지 않는 스팀 접속자 통계 사이트 = 스팀차트, 스팀DB 갈무리

하지만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는 낮과 밤에 따라 사람이 많이 접속하는 시간대에는 80~90만 명의 접속자를 보이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30~40만 명의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이용자가 접속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동원령이 내려진 시각과 피크 타임이 끝나고 이용자 수가 하락하는 시간이 겹쳐 잘못된 정보가 퍼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스팀 차트의 통계를 다시 확인해 보면 21일 이후에도 유의미한 게이머 수의 감소가 드러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스팀 통계 사이트 ‘스팀 DB’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러시아에서 많이 플레이하는 것으로 알려진 워썬더, 월드 오브 탱크 등 다른 스팀 게임들도 접속자 수의 유의미한 하락이 보이지 않는다.

스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스팀 다운로드 트래픽은 전 세계의 4%에 불과해 러시아의 접속자가 감소해도 전체 통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3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당시 제재의 일환으로 스팀의 러시아 루블화 결제가 차단된 상태라 많은 러시아 이용자들이 스팀에 표시되는 국적을 변경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제로 러시아의 게이머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스팀을 통해 확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계나 숫자와는 별개로 러시아인 게임 친구와의 개인적인 소식을 공유하는 글도 커뮤니티에 일부 올라오며 공감을 사고 있다.

최근 전 세계의 접속자가 단일 서버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브 온라인’을 플레이 중인 한 누리꾼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자신이 속한 길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던 러시아인 친구들이 징집으로 인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른 길드와의 전쟁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누리꾼은 같이 게임을 하던 노브고로드 지방의 소도시에 사는 러시아인 친구가 징집당해 인근 대도시로 끌려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하면서도,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가야 하는 러시아의 젊은이들에게는 공감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징병의 영향은 게임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이 러시아 업체와 거래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동원령 이후 러시아 측 업무 채널과 연락이 끊겨 회사가 마비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러시아를 여행 중인 누리꾼이 길을 걷다가 러시아 경찰에게 검문받아 한국 여권을 보여주고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등 동원령과 관련된 경험담이 계속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원령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자 러시아군에 복무하는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주기로 하고, IT, 금융, 통신 등 화이트칼라 근로자를 동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불만을 해소하려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으며, 국경을 넘어 러시아를 탈출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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