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국왕이 왕세자 시절 '행동을 취해야 할 때(The Time To Act Is Now)'라는 인터뷰 영상에 나온 모습. 그는 영상에서 우리 모두가 더 늦기 전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할 기회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출처=테라카르타 re-tv.org 갈무리 
찰스 3세 국왕이 왕세자 시절 '행동을 취해야 할 때(The Time To Act Is Now)'라는 인터뷰 영상에 나온 모습. 그는 영상에서 우리 모두가 더 늦기 전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할 기회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출처=테라카르타 re-tv.org 갈무리 

[이코리아]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Charlse III)가 리더로서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세간의 시선이 모인다. 찰스 3세는 50여년 넘게 기후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참여했다. 

타임지, 가디언지 등 주요 외신은 찰스 3세 시대를 맞아 ‘기후환경정책’이 달라질 수 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타임지는 12일(현지시간) 환경주의는 찰스 3세의 공공적 정체성의 초석이었다고 평가했다. 외신은 “1970년대부터 찰스 3세는 대기 오염, 플라스틱 폐기물, 기름 유출, 산업 농업에 대해 강조하는 연설을 했고, 그러한 위협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과 회의를 소집했다”면서 “그는 2004년에 금융계를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자선 단체를 설립했고, 2010년에는 유기농업에 전념하는 또 다른 자선 단체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에는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출신인 조니 아이브와 함께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테라 카르타 디자인 랩(Terra Carta Design Lab)’이란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다. 테라 카르타(지구 헌장)는 찰스 3세가 2021년 주도한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찰스 3세가 영국의 환경 문제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다. 뱅고르 대학의 헌법 전문가인 크레이그 프레스콧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찰스 3세는 영국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추앙받는 기관인 왕실의 일부로, 훨씬 쉬운 방법으로 환경문제 담론의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그렇게 논란이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찰스 3세가 이전 선왕과 달리 기후문제에 정치적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연방 유지를 위해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란 분석이 있는 반면, 중립 노선을 택하더라도 그의 입지를 고려할 때 전 세계적으로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신들은 신임 총리와의 기후 정책에 관한 의견 차이도 꼽고 있다. 찰스 3세가 ‘기후의 왕’으로 불린다면 신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는 ‘기후 총리’가 아니라는 평가다. 트러스 총리는 공공연히 영국 재생에너지 정책에 의구심을 표명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트러스는 보수당 우파 출신으로, 올 여름 당 지도부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영국 땅의 0.1%를 차지하는 태양 전지판이 국가의 밭을 채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에너지 법안에 대한 녹색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리로서의 첫 주에, 트러스는 지역 경관과 탈탄소를 위한 국가적 노력 모두에 위험을 수반하는 영국의 프래킹 금지를 뒤집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 다음 영국 주류 정치에서 몇 안 되는 기후 회의적인 의원 중 한 명인 제이콥 리스 모그를 에너지 부처를 이끌도록 선택했다. 모그는 즉시 영국의 북해 매장량에서 새로운 국내 화석 연료 프로젝트를 촉진함으로써 영국의 에너지 가격 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왕과 총리 사이의 공개적인 충돌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두 사람은 정부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매주 비공개 회의를 열지만, 영국 군주는 대부분 의례적인 역할을 한다. 

가디언지는 “국왕으로서 왕실 의전은 그가 기후 변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훨씬 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찰스 3세는 새로운 주권자가 되는 것에 대한 연설에서 “내가 그렇게 깊이 신경 쓰는 자선 단체와 문제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찰스 3세가 기후 변화에 대한 더 많은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말하거나 지구의 운명을 정치 너머의 문제로 프레임화할 수 있는 미묘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유럽 기후 싱크탱크 E3G의 캠페인 책임자인 에드 매튜는 "우리는 변화의 느린 속도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기후) 위협 수준이 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우리의 주권자로서 영국이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되도록 돕는 것은 확실히 그의 의무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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