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한 점도표. 연말 금리전망치 중간값이 4.4%로 지난 6월 대비 1.0%p 상향됐다.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한 점도표. 연말 금리전망치 중간값이 4.4%로 지난 6월 대비 1.0%p 상향됐다.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리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금리가 재차 역전됐다. 향후 한미 금리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베이비 스텝’(0.25%p 인상)을 예고했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미 연준은 지난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3.25%로 0.7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7월 FOMC에 이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 

연준의 결정은 경기회복 속도가 조금 느려지더라도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 대해 “9월 FOMC는 연준이 더 이상 경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연준은 물가 통제를 위해 경기 침체를 맞이할 각오가 되어있음을 보여 줬다”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기조가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실제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은 4.4%로 지난 6월 대비 1.0%p나 상승했다. 올해 두 차례의 FOMC 정례회의가 남아있음을 고려하면 적어도 1.25%p의 금리가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시장에서는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뒤,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통해 금리를 4.25~4.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후 총 7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기준금리를 0.50%에서 2.5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 7월 빅스텝을 제외하면 모두 0.25%p씩 인상했기 때문에, 현재는 오히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충격이 오면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0.25%p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총재 발언대로 금통위가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 0.25%p 인상을 결정한다면, 한미 금리차는 1.5%p까지 벌어지게 된다.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환율 상승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실제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자본 유출입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향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역전기간이 길어지거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국내에서도 일부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국제수지 관점에서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차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가계부채, 경기침체 등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기도 어렵다. 실제 한은이 지난 3월말 기준 가계대출잔액(1753조원) 및 전 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폭을 계산한 결과, 기준금리 0.25%p 인상 시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3.3조원(1인당 16만3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도 ▲주택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기업의 주택 관련 대출 건전성 악화 ▲채무상환부담이 가중으로 인한 취약부문 부실위험 증대 ▲자산가격 하락 충격 등의 영향으로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로 꼽았다.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다른 금통위원은 지난 8월 회의에서 “당분간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이어가면서 내외금리차 역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자본유출 우려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내외금리차 역전기에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순유입되었고, 투자다변화 목적과 펀더멘털 기반의 장기투

자 규모가 커진 점에 비추어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통위는 오는 10월 12일, 11월 24일 두 차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한미 금리차 확대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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