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2401.83)보다 14.27포인트(0.59%) 내린 2387.56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01.83)보다 14.27포인트(0.59%) 내린 2387.56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다수의 신규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증시 활황을 이끌었지만, 오히려 이들의 수익률은 하락하고 증시의 변동성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곽준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개인투자자의 손익률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개인은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는 손실을 보는 경향성이 확대되었으며, 개인의 매매가 주가 변동성을 완화해주는 역할도 축소되었다”고 말했다. 

곽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전(2017년 1월∼2019년 12월)과 이후(2020년 1월~2021년 8월)로 기간을 나눠 598개 종목을 대상으로 개인투자자의 거래량 및 수익률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모두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한 주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순매도세가 뚜렷해지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견됐다. “개미가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른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푸념이 사실로 드러난 것. 

하지만 기간을 20일로 확장하면 누적수익률의 차이가 발견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한 주의 20일 전부터 해당 주까지 주가가 하락하다가, 해당 주부터 20일 후까지는 주가가 상승했다. 순매도세가 강한 경우에는 역으로 해당 주부터 20일 후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매도 시점 전후로 약 40일의 기간을 보면, 증시는 통념과 달리 “개미가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린다”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 셈이다.

반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정반대의 경향이 드러났다. 개인이 매수한 시점 이후 20일간 주가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으며, 개인의 매수 시점도 이미 주가가 상승한 이후인 경우가 많았다. 개인의 매도 시점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 또한 코로나19 이전보다 약화됐다.

곽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개인이 기관·외국인에게 유동성을 공급해주면서 초과 수익을 올렸다”며 “기관·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개인이 해당 주식을 매도해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유동성 프리미엄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개인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주가의 급격한 변화를 억제해 증시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신규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러한 효과가 크게 축소됐다. 곽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여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주식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유입됐다”며 “게임스탑 사태에서 보았듯이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가 기업의 가치평가에 근거하여 거래하기 보다는 추세를 추종하고 군집행동을 함으로써 손실을 보는 경향이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20년 3~10월 4개 대형증권사의 개인투자자 20만4004명의 주식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중소형주 보유 비중은 45.8%로 시장 전체 포트폴리오(18.8%)의 두 배가 넘었는데 특히 30대·남성·소액투자자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잦은 거래빈도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특징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일간 거래회전율(일간 매수·매도대금의 평균값을 전일·당일 보유주식 평가금액의 평균값으로 나눈 값)은 6.8%로 전체 주식시장(1.4%)의 5배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주식계좌를 개설한 신규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12.2%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주식투자를 해온 기존투자자(6.5%)의 두 배에 가까웠다.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를 단기적이고 투기적으로 거래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투자금이 소액인 젊은 남성 신규투자자일수록 투기적인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이러한 투자성향은 낮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주식투자를 해왔던 기존투자자들은 코로나19 직후 상승장에 힘입어 약 15%(거래비용 포함)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신규투자자들은 오히려 마이너스(–1.2%) 수익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기존투자자들도 시장수익률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익률을 보였으며, 신규투자자들은 그 격차가 더욱 컸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상승장에 기댄 투기적인 투자행태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만 안겨줬다는 것. 최근에는 증시 침체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위축된 상태이지만, 팬데믹 기간 학습한 투자경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빚투’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기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의 손실 확대는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저하시키고 우리 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융자 및 신용대주 등 증권 관련 대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다중채무자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차원에서 대출심사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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