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의당이 지난 14일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재계와 노동계, 여야 모두 노란봉투법을 두고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 또한 ‘노동권보호’와 ‘불법파업 조장’이라는 두 갈래로 나뉘는 모양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단체교섭·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나 개별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이다. 이 법안은 이미 지난 2016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등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노동현장의 손배소는 하청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싹을 자르기 위해 원청 기업 측이 손배소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저는 ‘노란봉투법’을 발의한다”고 말했다. 이번 노란봉투법 발의에는 이 의원을 포함해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및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등 총 56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 노란봉투법, “불법파업 면죄부” vs “노동권 보호” 평가 엇갈려...

노란봉투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다른 사회적 이슈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노란봉투법’을 검색한 결과 법안이 발의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총 12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15일 가장 많은 56건의 기사가 보도됐다.

기사 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연관 키워드도 제한적이다.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된 키워드는 ‘과거 정부’, ‘쟁점별’, ‘이정식’, ‘고용노동부’ 등이었는데, 이는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언한 내용과 관련돼있다. 이 장관은 이날 “과거 정부부터 노란봉투법이 계속 문제가 됐지만, 위헌 소지부터 쟁점별로 많은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며 노란봉투법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연관키워드 중 주목할만한 것은 ‘불법 파업’과 ‘노동권 침해’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반 양론을 상징하는 두 키워드는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주의적·극단적 투쟁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라며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은 16일 “노란봉투법이 ‘황건적 보호법’이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동탁’인가”라고 반문하며 “노란봉투법이 위헌적이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이야말로 ‘파업은 불법’이라는 국민의힘의 반노동적 인식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을 무시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14~16일 보도된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된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14~16일 보도된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된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노란봉투법, 언론 평가도 제각각

노란봉투법을 지켜보는 언론의 시선 또한 여야와 마찬가지로 두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 매체에서는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보수 성향 매체 및 경제지에서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경향신문은 15일 사설에서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파업 후 사측이 수십억~수백억원의 손배소를 낸 것에서 보듯, 손배소 제기는 노조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해왔다”며 “이제 이런 악습을 개선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국회는 이 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쟁의행위에 대한 보복적 손배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하는 반헌법적인 노동탄압 방식”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법 개정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경제는 이날 사설에서 “현행 노조법 3조에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합법적)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다 불법행위까지 면책 대상에 포함하는 게 노란봉투법의 핵심”이라며,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하고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거대 귀족 노조가 주도하는 불법 쟁의가 갈수록 과격해지면서 산업 현장이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그대로 두면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사태처럼 불법 점거나 시설물 훼손 등 피해가 속출할 게 뻔하다”며 “복합 위기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지금은 기득권 노조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노동 개혁을 추진해 경제 활력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여야가 경영계와 노동계 주장을 수렴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중립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16일 사설에서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무산됐던 만큼 노란봉투법은 노사 간 이해가 격렬히 충돌하는 법”이라며 “여야 각각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각 정당들이 자신들의 지지세력만을 의식해 맹목적 입법에 나서거나 발목 잡기식 반대로 일관해서는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일보는 노란봉투법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일보는 “대우조선 파업사태에서 드러났듯 하청노조 등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원청이 교섭에 나서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하는 만큼 사용자 확대(원청도 사용자로 인정)에 대해서는 전향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손해배상 제한은 논란이 훨씬 크다. 무조건적인 손해배상 제한이나 허용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청구액 상한 설정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해 협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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