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올해 여름은 긴 장마로 무척이나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절기상 처서가 지나가고 나니 무덥던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과 저녁은 선선한 가을 날씨가 시작되었다. 가을은 많은 나무들이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사과나무와 같이 붉은색 열매를 맺는 나무들은 녹색 잎과 대비되어 화사한 가을 숲을 장식해 주는데, 오늘 소개할 보리수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보리수나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불교의 석가모니가 깨달음(보리, 菩提)을 얻은 나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보리수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 ‘인도보리수(Ficus religiosa L.)’이며 우리나라에 있는 보리수나무(Elaeagnus umbellata Thunb.)와는 전혀 다른 수종이다. 우리나라 보리수나무는 열매 안쪽의 씨앗이 곡식 중 하나인 보리를 닮아서 보리수나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른 뜻의 나무인 셈이다.

보리수나무 수형.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 수형.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는 잎, 새순, 꽃, 열매 등 나무 전체에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인모’가 발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꽃은 5-6월 초여름 흰색의 작은 통모양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는데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한 황색으로 변한다. 꽃이 지고 나면 팥 정도 크기의 붉은색의 작고 동그란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를 가까이서 보면 붉은색 열매의 곳곳에 반짝이는 ‘인모’가 발달해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보리수나무 꽃과 잎.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 꽃과 잎.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가 훨씬 크고 길쭉한 뜰보리수가 있다. 뜰보리수는 일본이 원산으로 도입된 나무로 정원(뜰)에 심어 기르고 보리수나무를 닮았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을에 열매를 맺는 보리수나무와는 다르게 뜰보리수는 여름에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뜰보리수의 1.5cm 정도의 길쭉한 열매는 보리수나무 열매보다 훨씬 크지만, 표면에 반짝이는 ‘인모’가 발달하는 것으로 두 나무가 가까운 친척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전통시장에서 ‘보리똥’이라는 것을 사주신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뜰보리수의 열매였다. 달콤하면서도 떫은맛이 매력적이었는데,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생명자원부 입구에 자리 잡은 뜰보리수가 익어갈 때면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곤 한다.

뜰보리수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뜰보리수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뜰보리수 잎(인모가 발달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뜰보리수 잎(인모가 발달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 뜰보리수는 관목 형태로 자라는 나무인데 제주도와 바닷가 지역을 중심으로 덩굴형태로 자라는 보리밥나무가 있다. 보리밥나무라는 이름은 경남 방언으로 열매나 씨를 보리밥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보리밥나무는 덩굴성인 특징 이외에도 보리수나무에 비해 달걀모양의 큰 잎을 가지고 있으며 겨울에도 잎이 달리는 상록성이 특징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잎 뒷면에는 ‘인모’가 발달하여 은빛이 나는 것이 매력적이다. 또 보리밥나무의 꽃은 가을에 피기 때문에 열매는 이듬해 봄에 성숙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보리밥나무.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바닷가에서 자라는 보리밥나무.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밥나무 미성숙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밥나무 미성숙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밥나무 잎 뒷면(은빛이 난다).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밥나무 잎 뒷면(은빛이 난다).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보리수나무, 뜰보리수, 보리밥나무는 모두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온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식물 전체에 반짝이는 인모가 발달하는 것이 매력적이며 향기가 있는 꽃과 붉은색 열매는 조경수로도 가치가 높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우리 주변과 산을 지키고 있는 보리수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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