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이 코팅된 섬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그래핀이 코팅된 섬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섬유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프리뷰 인 서울 2022'가 지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국내외 섬유패션 업체 311개사가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여 섬유소재 분야의 혁신과 다양한 디지털전략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물산, LF, 이랜드, 코오롱FnC 등의 대기업들과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섬유 등 여러 글로벌 벤더들이 참가했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과거 종이에 그리던 의복디자인은 캐드와 일러스트에 바통을 넘겨 준지 오래인데 의상을 입은 멋진 아바타가 구매를 권유하는 시스템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메타버스가 확장되면서 아바타에게 입힐 3D의상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새로운 직종도 등장했다. 

제페토는 2018년 네이버에서 만든 가상세계로 2억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신규 가입자가 제페토에 들어가면 헐벗은 아바타가 제공되는데 다수의 의상은 처음 가입할 때 지급되는 코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기 있는 의상을 착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코인을 지급해야 한다. 

렌지라는 디자이너는 아바타를 위해 3D모델링 기술로 제작한 옷을 약 3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렌지의 의상은 가벼운 원피스를 연상시키는 것도 있고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의복도 있다. 이러한 의상들은 월 100만벌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렌지에게는 월 1500만원 정도의 큰 수익을 안겨준다.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의 기술의 확대로 가상세계의 재화나 디지털아트의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NBAtopshot.com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르브론 제임스의 스포츠카드는 평균 판매가격이 6천만원대이고 최고가는 2억원 이상에 달한다. 유명한 운동화 회사인 나이키도 아바타를 위한 가상의 신발을 제작하는데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하며 비싼 제품 가격은 1억원을 가볍게 넘나든다. 머지않아 가상세계에서 청바지, 농구화, 패딩을 잇는 새로운 등골브레이커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1시간만에 스웨트를 뜨는 니트평직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1시간만에 스웨트를 뜨는 니트평직기.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현실세계의 의상이 가상세계로 신속히 옮겨가지만 2D의 재단이미지를 입력하면 디지털화된 3차원 옷을 신속히 가봉을 해주는 솔루션도 각광을 받고 있다. 관련 솔루션들을 이용하면 보다 빨리 새로운 의상을 제작할 수 있다.

가상세계의 모델들이 디지털로 구현된 3D의상을 입게 되면서 패션쇼에는 ‘은하철도999’의 차장과 같은 전신이 투명한 모델들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전시회에서 진행된 몸과 얼굴이 투명한 모델들이 펼치는 패션쇼는 옷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패션쇼가 각광을 받는다면 현실세계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해프닝이 사라질지 모른다. 1999년 프랑스 코미디언인 마리 베노리엘은 샤넬의 패션쇼에 난입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고, 세계적인 모델들도 넘어지는 실수를 꾸준히 범하고 있다.

60일후 자연으로 환원되는 리오셀.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60일후 자연으로 환원되는 리오셀.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다수의 기업은 옥수수 추출물 등으로 만든 섬유를 선보였다. 리오셀 (LYOCELL) 섬유는 촉감이 부드럽고 인장강도와 흡수성이 뛰어난 편인데, 제조공정에서 유독성이 적은 아민옥사이드 용매를 사용하여 친환경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관련 섬유들은 60일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점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방염기능이 함유된 장갑은 실제로 1,200도 정도의 불꽃을 가해도 연기는 조금 나지만 결코 불이 붙지 않았다. 또한 절단방지 기능 섬유는 칼로 휘둘러도 쉽게 절단되지 않았다.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해 물을 이동시키는 섬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해 물을 이동시키는 섬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한 섬유는 한쪽 면에 물을 뿌리면 물이 곧바로 다른 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이 섬유는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들의 운동복에 활용된다고 한다. 그래핀은 강도가 철강의 200배, 전기전도도가 구리의 100배에 달하면서 유연해 꿈의 소재로 불리고 있는데 항균기능도 수행한다. 특히 산화그래핀은 질량대비 50%의 산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산소작용기가 세균의 세포막 인지질을 파괴시키는 과정을 통해 화학적인 항균효과를 나타낸다.

방염과 절단방지 기능을 갖춘 기능성 장갑.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방염과 절단방지 기능을 갖춘 기능성 장갑.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소재뿐만 아니라 의복을 제조하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니트평직기는 1~2시간동안 혼자 열심히 뜨개질을 한 후에 고객들에게 두툼한 스웨트를 선사한다. 티셔츠에 그림을 전사하는 프린터도 다양한 약품을 이용한 전처리 과정을 더하여 더욱 선명한 품질을 보여주었다. 한편 탄소나노튜브는 자동차배터리의 양극도전재로 사용을 넓혀 가는데 이 소재를 사용하면 배터리의 발열에 따른 온도변화에도 부피변화가 적어 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양극재들을 더 많이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스테인레스강이 함유된 첨단 섬유는 입기한 해도 미세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신체를 보호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의복은 구석기시대인 17만년전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미래의 섬유는 제조공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도록 변모하고 있고, 손쉽게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제조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세계가 넓혀지면서, 섬유는 가상의 공간에서 개성을 뽐내는 기능을 더욱 확장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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