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 실무안에 제시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원구성 전망.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 실무안에 제시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원구성 전망.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코리아] 정부가 기존 계획보다 원전 비중은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춘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0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설비와 전원구성을 설계하는 중장기 계획을 뜻한다. 이번 실무안에는 올해부터 2036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요전망 및 발전설비계획 등이 담겨 있다.

이번 실무안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전원구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는 내용의 NDC를 유엔(UN)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해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의 NDC 상향안을 다시 발표했다. 전력부문의 경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메운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5년간의 바보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할 정도로 뚜렷한 친원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전기본 실무안 또한 이러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명확하게 반영돼있다.

실제 이번 실무안이 제시한 2030년 전원 구성을 살펴보면 원전 비중이 32.8%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신재생 21.5%, 석탄 21.2%, 액화천연가스(LNG) 20.9%, 무탄소 2.3%, 기타 1.3%의 순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30 NDC 상향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확대하는 반면 원전은 23.9%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이번 10차 전기본 실무안은 NDC 상향안보다 비해 원전 비중은 8.9%포인트 상향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8.7%포인트 낮췄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인 만큼 원전 비중을 높인 셈이다.

반면 화석연료 비중에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2030년 기준 석탄발전 비중은 NDC 상향안 21.8%, 10차 전기본 실무안 21.2%로 0.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LNG 비중은 NDC 상향안 19.5%, 10차 전기본 실무안 20.9%로 오히려 1.4%포인트가 늘었다. LNG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에너지 전환의 교량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보다는 10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LNG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기후위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산업부는 “신재생은 주민 수용성,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 수준인 21.5%로 조정 전망했다”며 “석탄은 가동정지, 상한제약(80%)를 적용하여 추가 감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환경단체, "친원전, 기후위기 해법 될 수 없어"

원전을 통해 전력부문의 녹색전환을 달성하겠다는 10차 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되면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30일 성명을 내고 10차 전기본에 대해 “원전은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하는, 한마디로 책임있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원전 산업계의 야심을 충족하기 위한 계획 정도로 치부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녹색연합은 “계획안대로라면 잦은 원전사고로 불안과 상시적인 피폭에 놓여있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원전의 수명연장과 신규원전 진입으로 인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게다가 원전 확대로 인한 송전선로 추가 건설은 또다시 지역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주범으로 손꼽힌 화석연료를 빠르게 퇴출시키고 위험한 핵발전을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며 전력 수요를 대폭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전면 재수정되어야 한다”라며 “그럴 때만이 송전망 구축과 전력 설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이날 논평을 내고 10차 전기본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감소한 것에 대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더 과감하게 확대하고 있는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원전의 경우 2036년까지 12기를 수명연장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안전성은 물론 대책이 없는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며 “격납건물 공극 사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삼중수소 누설 사건 등이 계속 반복되고 있고,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재난이 빈번해지는 현실에 노후원전은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탈석탄 목표를 상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환경운동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작 줄여야 할 석탄감축 계획은 전혀 진전이 없다”라며 “강릉과 삼척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반영한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정부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한 치 앞에 이익에만 눈이 멀어 위험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현재도 원전 밀집도 전 세계 1위인 나라에서 원전 확대는 결국 전국의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위험은 무시하고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이라도 제대로 따라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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