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전경 사진.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전경 사진. 사진=쌍용자동차

[이코리아] 케이지(KG)그룹이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확정됐다.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한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상화까지는 산적한 과제가 수두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쌍용차의 다섯 번째 주인이 된 KG그룹이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남은 과제들을 점검해봤다.

26일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 95.04%, 회생담보권자와 주주 전원의 동의로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쌍용차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돼 인수대금 3655억을 납입한 KG그룹은 사실상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쌍용차는 202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경영 포기 선언 이후 2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새 주인을 맞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동차 업계 및 전문가들은 쌍용차 회생의 관건은 전동화는 물론 신차종의 베스트셀러가 2~3종 더 나와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 출시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가 출시 2개월 만에 24일 기준 누적 계약대수가 6만대를 넘어서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는 쌍용차의 지난해 국내 전체 판매량(5만6363대)을 넘는 수치다. 최상위 트림 기준으로 토레스가 투싼과 스포티지보다 최대 800만원 저렴한 점이 주효했단 평가다. 

하지만 토레스를 쌍용차 재건을 위한 신호탄으로 봐야지, 경영 정상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동차 업계에선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위해선 추가로 2~3종의 베스트셀러 신차가 더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9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팔만한 차가 많아야 하는데, 토레스 급의 베스트셀러 2~3종의 신차가 이어져야 한다. 공급량 부족에 핵심 기술도 취약한데, 현대·기아차보다 2,3단계 수준이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역량이 떨어지다 보니 미국, 유럽 쪽으로 수출이 이뤄지지 못 하는 것도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물량 확대도 숙제다. 연 10만대에 못 미치는 내수 판매량만으로는 획기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쌍용차가 물량이 14만5000대를 넘기며 분기별 흑자가 난 적이 있다. 쌍용차가 흑자전환이 되려면 지금 판매물량의 2배는 올려야 되는데 세계 자동차 수요가 죽어 있어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자에서 탈피하려면 판매물량 확대가 제일 시급한데, 그러려면 신차종이 나와 줘야 된다. 전기차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전기차 기준 손익분기점(BEP)은 또 따로 있다. 자금 및 R&D 투자에, 거기에 따른 인력편성 등 상당히 많은 과제들이 있어 녹록치는 않다”고 전했다. 

특히 전동화 모델로의 변신이 생존에 필수요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쌍용차는 올해 2월에 출시한 ‘코란도 이모션’ 외에는 이렇다 할 전기차 모델이 없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에야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 비와이디(BYD)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동화 대비에 나섰다. 비와이디와 개발 중인 새 전기차 ‘유(U)100’이 향후 전동화 성공의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KG그룹과 쌍용차 모두 이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 KG는 앞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고, 쌍용차는 내년 토레스 전동화 모델을 포함해 내후년까지 3종의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회생계획 인가를 받은 자리에서 취재진들을 만나 “쌍용차의 전동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내년 일단 전기차가 나오고 전기차 플랫폼도 이른 시일 내 출발해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법정관리 하면 으레 따라오는 인력감축 문제도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통상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일각에선 고용문제를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빚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G그룹 관계자는 지난 6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 년 간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서 자발적인 퇴사나 이직이 많은데다 향후 쌍용차가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필요한 인재들이 오히려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입찰 시 고용안정을 위해 5년 간 인력감원이 없다면 노조 측이 매각에 동의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노조 측도 당분간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데다 정년퇴직 인원이 1년 평균 150여 명이다보니 자연감소분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항구 연구위원도 “쌍용차의 경우, 2030년이 되면 기존 인력의 반도 안 남는다. 오히려 몇 년 지나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며 “쌍용차 내부에서 분산된 노조를 13년 만에 통합시켰다. 생존이 시급한 만큼 예전처럼 투쟁적인 노조가 아닌 ‘정책’ 노조로 색깔이 바뀌었고 서로 윈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수조원의 자금 투입 여부도 쌍용차 부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향후 신차개발에 5000억에서 1조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예전 상하이차나 마힌드라 그룹도 인수전 때는 신차개발비 지급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노화된 평택공장도 옮겨야 하고 정부로부터 보조도 필요하지만 KG그룹이 향후 추가로 투입될 1조원의 비용의 쓰임새를 제대로 만드는 게 관건일 것”이라며 “쌍용차 정상화로 가는 길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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