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연금
사진=국민연금

[이코리아] 국민연금공단의 차기 이사장 자리를 두고 ‘스튜어드십코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인사가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9일 이사장 후보 면접을 시행해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등 2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김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치며 공직생활을 해왔으며, 김 교수는 한국연금학회장, 한국사회보장학회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연금 전문가로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일한 바 있다. 

최종 후보가 발표되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4일 논평을 내고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왜곡된 시각에 기반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채택한 스튜어드십코드 자체를 사실상 부정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김 교수를 후보군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자율적인 의결권 행사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말 대주주 전횡을 저지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경영계의 반발을 의식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김 교수가 과거 언론을 통해 발표한 칼럼을 인용하며, 김 교수가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문화일보를 통해 발표한 칼럼에서 “최대주주 또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면 어느 기업이 안심하고 국내에 투자하고 경영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경영권 간섭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부 주도로 국민연금 기금이 규정을 만들고 사회정의 차원에서 흑기사로 나서게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훼손해 기금의 정상적 운영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국민은 국민연금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엉뚱하게도 사회정의의 흑기사 역할을 자처할 게 아니라 국민 노후를 풍족하게 해주는 투자의 귀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부정적인 김 교수가 이사장 자리에 오를 경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이미 주주권 행사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지난 2월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의결권 행사 외에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특히 주주대표소송의 경우, 최근 주요 회사들에 대한 대표소송 관련 공문 발송 등으로 논란만 일었을 뿐 여전히 대표소송 제기 건수는 없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대주주 지분율과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 반대 의결권 행사만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국내 여건상, 주주대표소송은 가장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수단으로 꼽힌다. 

상장사의 경우 회사 주식의 0.0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기준 때문에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제는 대표소송 제기 주체가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책임위원회 둘로 나뉘어 있는 데다, 복잡한 절차와 엄격한 기준 때문에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내에서는 대표소송 제기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9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수탁자지침 개정안이 재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새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사가 임명될 경우 해당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등 가입자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라며 “여기서 오랜 시간 합의를 통해 도출한 스튜어드십코드의 이행을 그 동안 사실상 부정해온 김용하 교수는 국민연금 이사장 후보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향상, 주주가치와 기업가치의 제고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충실히 이행하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김용하 교수를 이사장 후보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