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욱 쏘카 대표이사(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쏘카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매매개시 및 시초가격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쏘카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매매개시 및 시초가격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차량 공유 업체 쏘카가 상장 첫날인 22일 하락 마감했다. IPO(기업공개) 흥행 기대주로 꼽혔던 쏘카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컬리·케이뱅크 등 하반기 IPO를 앞둔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쏘카는 22일 시초가 대비 6.07%(1700원) 하락한 2만6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쏘카의 시초가는 공모가와 같은 2만8000원에 형성됐다. 이후 쏘카의 주가는 장 초반 2만9150원까지 상승했으나 곧 하락해 결국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쏘카의 시가총액은 8607억원으로 ‘유니콘’ 기업의 기준인 1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쏘카의 부진이 이전부터 예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쏘카는 지난 4~5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후 쏘카는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밴드(3만4000원~4만5000원) 하단보다 6000원(17.6%)이나 낮은 2만8000원으로 하향하며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10~12일 진행된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14.4대 1의 경쟁률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쏘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전부터 계속된 고평가 논란이다. 실제 쏘카는 공모가 산정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배수(EV/Sales) 방식을 사용했는데, 비교 대상 기업 중 인도네시아 최대 배달앱 고투,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개발사 오비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 오로라 등이 높게는 17배가량의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배수를 기록하며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쏘카는 비교 대상 기업 10곳의 평균치인 7.7배에 할인율을 적용해 3만4000원~4만5000원의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이는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배수로 보면 약 4~5배로 1~2배 수준인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우버나 리프트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론 한때 쏘카의 기업가치가 약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던 만큼, 쏘카로서도 눈높이를 낮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공모가 하단을 기준으로 해도 시가총액이 렌터카 업체 1위인 롯데렌탈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고평가 논란은 진화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쏘카는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를 2만8000원까지 낮추며 상장을 강행했으나, 결국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같은 날 상장한 대성하이텍의 경우 시초가보다 12.31%(1600원) 오른 1만4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위스턴 자동선반, 컴팩트 머시닝센터 및 정밀부품 제조 전문업체인 대성하이텍은 기관 수요예측(1935대 1)과 일반 공모 청약(1136.4대 1)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대성하이텍은 상장 직후 유통물량 비중이 34.15%로 쏘카(14.51%)의 두 배가 넘는 데다 구주매출이 없었던 쏘카와 달리 구주매출 비중도 21.75%로 높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하반기 IPO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실적과 안정성에 점수를 더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쏘카와 달리, 1995년 설립된 대성하이텍은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왔다. 게다가 전기·수소차 및 각종 IT기기에 필요한 부품을 제작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한편, 높은 성장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쏘카의 부진이 하반기 상장을 계획했던 유력 기업들의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전자상거래 업체 컬리(마켓컬리)의 경우, 쏘카의 행보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 또한 쏘카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수익보다 미래 성장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해 총 거래액이 2조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영업손실 또한 2177억원으로 전년(1163억원)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 만약 하반기 IPO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 가능성보다 안정적인 실적 전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상장을 준비하는 컬리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쏘카는 23일 오전 11시 현재 전일 대비 500원(1.90%) 2만6800원, 대성하이텍은 50원(0.34%) 오른 1만4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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