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언론은 임기 초반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윤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을 두고 반성과 쇄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 ‘尹’ 기자회견, 언론 초점은 ‘이준석’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기사를 검색한 결과,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 82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는 기자회견이 열린 17일 가장 많은 421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다음날인 18일에는 252건으로 기사량이 감소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언론이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봉합되지 않은 당내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기자회견을 다루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대통령 기자회견 나흘 전인 지난 13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의 비판과 당내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당내 갈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한 셈이다.

이 전 대표 또한 이날 “당내 민주주의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불경스럽게도 대통령께서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언론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한 것, 그리고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돌려준 것에 대해 다수의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17일 기사에서 이 전 대표의 ‘불경’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의 답변은 이에 앞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답변과 비슷하다”라며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꼰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이날 오전 기자회견 발언을 비튼 것으로 해당 발언에 대한 불편함을 에둘러 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언론은 윤 대통령이 당내 갈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한 것에 대해 “여당의 진흙탕 싸움이 온 국민의 흥밋거리와 걱정거리가 된 마당에 이런 대응은 실망스럽다”며 “윤 대통령은 위기를 무시함으로써 축소하려 했겠지만,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17~19일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7~19일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尹 지지율 하락은 인사문제 탓, 철저한 반성 안 보여...”

한편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반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다. 임기 초반 연이은 실책에 대한 반성도, 향후 국정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인사문제 및 쇄신 계획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언론이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인사문제를 지적받자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 같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의 주원인은 바로 인사 실패”라며 “윤 대통령은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등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을 무리하게 발탁하고, 검찰 출신 등 측근을 과도하게 기용해 논란을 빚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이들의 대통령실 근무나 관저 공사 수주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회견에서 자성이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 또한 심각한 인식의 오류를 드러낸다”며 “지금의 국정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으니 사람을 바꾸라는 뜻인데 정치 쇼를 하라는 뜻으로 여겼다면 달라질 게 없겠다. 대북·대일 관계 등 외교, 노동, 반지하 수해 문제 등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 언론 “文 정책 뒤집기 열중한 尹, 국정쇄신 청사진 미흡”

전 정권과의 비교에 집착하다 보니 국정쇄신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100일간 주요 성과로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정책 폐기 등도 제시했다”며 “지난 정부 정책에서 오류가 있었다면 물론 시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집권세력은 ‘무조건 반대’를 넘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국정 전반을 아우르는 어젠다가 보이지 않으니 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모르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국정 운영을 전면적으로 쇄신해 국민에 대한 다짐의 내용물을 채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일일이 나열했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폐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바꿨다고 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급박한 국내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오만과 내로남불을 바로잡고 상식에 부합하는 국정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비전 제시 없이 추진된 어설픈 정책, 검찰 출신 인사들의 요직 배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투쟁은 실망만 안겼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만 보강하고 끝낸다면 또 다른 실망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그동안 국민이 실망한 것은 구체적 국정 혼선 못지않게,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려는 대통령의 태도였다”며 “그런 점에서 잘못을 성찰하고 겸허하게 몸을 낮추는 모습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초반 미숙하고 때론 거칠게 비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국민은 윤 대통령의 이번 회견에 적잖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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