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자들이 겪은 성희롱/성차별 피해 유형. 사진=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게임 이용자들이 겪은 성희롱/성차별 피해 유형. 사진=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이코리아] 전체 이용가 게임이 아동 대상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전체 이용가 레이싱게임 ‘A’에서 비롯된 성범죄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A를 매개로 발생한 성범죄 중 재판까지 이어진 사례는 2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현재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18건이다. 피해자는 모두 미성년자였다. 대부분 13세 이하였고, 가장 나이가 어린 피해자는 6세였다. 지적장애인 대상 성범죄도 있었다.

이 의원은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한 미성년자 대상 성 착취가 심각해졌는데, 전체이용가 게임이 성범죄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전체이용가 특성상 성범죄 의도를 품은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라고 지적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귓속말’ 개선을 제시했다. 귓속말은 게임 내 1:1 채팅 기능이다. 이 의원은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귓속말을 할 경우, 미성년자가 채팅을 시작할지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온라인 성범죄 특성상 무작위로 채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미성년자가 곧바로 채팅에 응하지 않고 한 번 살펴볼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게임이 미성년자 성범죄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내 채팅 기능을 악용한 성범죄가 A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2139명 가운데 569명(26.6%)은 게임 내에서 성희롱·성차별을 경험했다. 전년보다 10%p 증가한 수준이다.

피해 시 대응 방법으로는 ‘게임회사에 신고한다’가 45.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게임회사가 상대방에게 ‘채팅 일시제한’ 조치하는 데 그쳤다는 응답이 64.6%였다. 며칠이 지나면 다시 범죄를 시도할 수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33.8%였다.

게임업계는 성범죄 관련 용어를 금칙어로 설정하지만, 범죄자들이 은어를 사용해 교묘히 회피하고 있어 역부족이다. 채팅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수도 있지만 인건비가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채팅 기능을 없애기도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팅을 중시하는 게이머들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해외처럼 기획단계부터 채팅을 배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닌텐도 ‘마리오카트8 디럭스’와 Xbox게임스튜디오 ‘포르자 호라이즌5’는 A와 같은 레이싱 장르임에도 채팅 기능이 없다.

한편 채팅 기능이 있는 게임들에서는 아동 대상 성범죄뿐 아니라 불법도박도 성행 중이다. 이 역시 범죄자들이 게임 가입 시 타인 명의를 활용하는 등 추적을 피하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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