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 4주차~13주차 지지율 추이. 자료=한국갤럽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 4주차~13주차 지지율 추이. 자료=한국갤럽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강하 하고 있다. <이코리아>가 역대 대통령의 취임 후 2개월간 평균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노태우 대통령 23%, 김영삼 71%, 김대중 71%, 노무현 60%, 문재인 81%, 윤석열 50%로 확인됐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지지자들이 이탈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 尹, 지지율 24%까지 하락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 평가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의 응답자 중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24%,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66%였다. 임기 첫주 52%의 지지율로 시작했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불과 석 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집단에서도 부정평가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38%) 조차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부산·울산·경남도 28%까지 지지율이 하락했다. 연령별로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던 장년층(60대 35%, 70대 42%)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압도하고 있으며 2030 지지율 또한 각각 26%, 13%까지 급락했다. 남성과 여성은 각각 25%, 24%로 비슷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임기 초 지지율 급락, 尹의 하락세가 빠른 이유는?

대통령 선거 기간 치솟았던 기대감이 취임 후 가라앉으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전임 대통령들도 공통적으로 경험했던 현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4주차부터 지지율을 조사했는데, 문 전 대통령은 4주차 84%에서 13주차 78%로 지지율이 6%포인트 감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같은 기간 44%에서 53%로 오히려 지지율이 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4주차~13주차 지지율은 53%에서 24%로 급락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52.1%에서 29.3%로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박·문 두 전임 대통령 또한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지지율 30%선이 무너진 것은 모두 임기 초가 아닌 임기 말이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던 시기는 2016년 10월 셋째 주로, 대통령 직무 평가에서 긍정답변이 25%에 불과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지율 최저치가 29%였는데 이는 2021년 4월 다섯째 주였다. 

세부적으로 보먼 윤 대통령과 두 전임 대통령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급락한 당시에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63%의 긍정 평가를 받았으며, 문 전 대통령 또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65%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2%의 긍정 평가를 받아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연령별로 봐도 박 전 대통령은 당시 60대 이상 응답자 중 52%의 지지를 받았지만, 윤 대통령은 60대 지지율이 35%까지 하락한 상태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문 전 대통령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문 전 대통령은 29%의 지지율을 기록한 당시 진보층에서만큼은 61%의 지지를 받았지만, 윤 대통령은 보수층에게서 44%의 지지율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박·문 두 전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이 이번 위기에서 핵심 지지층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尹 지지율 하락, 주된 이유는 '인사'

그렇다면 임기 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반복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 도어 스테핑에서의 과격한 발언, 경찰국 신설 논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관련 문자메시지 소동,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의전 홀대 논란,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계획 발표 등 각종 논란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인사(人事)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인사’(23%)를 꼽았다. 그 뒤는 ‘경험·자질 부족/무능함’(10%),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7%), ‘전반적으로 잘못한다’(6%),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이상 5%), ‘직무 태도’, ‘외교’(이상 3%) 등이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방석집 논문심사’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후에도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논문 재탕 및 음주운전 논란과 검찰 편중 인사 논란 등이 겹치며 비판 여론은 계속 확산됐다. 

초기 인선이 후보자들의 논란에 이은 자진사퇴로 어그러지면서, 전 정권과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던 ‘공정’이라는 슬로건이 설득력을 잃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한다’(6%) 였다. 지지층조차 구체적인 지지 이유를 꼽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당장 지난주 가장 큰 지지 이유로 꼽혔던 ‘공정·정의·원칙’(9%)은 이번 주 3%로 하락했다. 

◇ 尹 지지율 하락 이유, 전임 대통령과 달라

한편,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분기 지지율은 52%였으나 다음 분기에서 21%로 급락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전임 대통령들과 다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후 약 두 달이 지난 2008년 5월부터 8월까지 광우병 논란으로 촛불시위가 발생하면서 국정동력을 크게 상실했다. 인사 문제와 달리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라는 외부 요인이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박·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고, 문 전 대통령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을 당시 ‘부동산 정책’(28%)이 가장 큰 반대 이유로 꼽혔다.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가 뚜렷한 외부 요인이나 정책 실패 없이 지지율이 급락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촛불시위 이후 지지율을 회복한 것을 윤 대통령이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발간한 회고록에서 임기 초반을 회상하며 “정치 세력들이 집회에 개입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면서도 “세계화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도 광우병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쟁력 없는 산업의 도태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실직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도 광우병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며 “이 일을 계기로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됐고, 정책 방향도 서민에게 밀착된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수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이후 대운하 사업을 철회하고 서민형 주택 공급 사업 ‘보금자리 주택’, 저소득층 대상 금융지원 제도 ‘미소금융’ 등 친서민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지지율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임기 초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고 있는 윤 대통령이 선임자들의 경험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