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코리아] 층간소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4일부터 새로운 제도인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시행했다. 아파트를 다 짓고 나서 마지막에 실제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검사하겠다는 취지인데, 보완 시공이 의무가 아니라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를 완공한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 검사를 하고 검사 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운영되어왔던 사전인정제도만으로는 시공 후 현장에서의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사후확인제 시행 이후에도 사전인정제도는 여전히 적용된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으로 앞으로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완공 뒤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된 2∼5% 세대를 대상으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의무적으로 측정하게 된다. 

다만 층간소음 발생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원룸 등이나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는 라멘구조(기둥 보 등으로 건물의 하중을 버티게 만든 구조)로 만든 아파트 등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검사 기관이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이를 권고받은 사업자는 10일 안에 조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실험실에서의 간접 성능시험 결과를 설계에 반영한 것만으로 허가를 받고 분양 및 시공이 가능했던 것을 시공 완료 후 준공 전에 성능평가를 실시하게 함으로 품질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권고 수준에 머문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건설사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릴 보완시공 대신 배상에 치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법에 지자체장이 권고만 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실제 건설업계 입장에서 개선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패널티가 따르지 않기 때문에 층간소음 저감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후확인제 평가 대상은 이날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아파트부터라 실제 시행은 빨라야 3~5년 후에야 가능하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 팀장은 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아파트 층간소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건축제도의 개선에 있다. 2009년 이후 90%가 넘는 아파트가 벽식 구조(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음)로 지어졌는데, 예전 주택공급이 한창 부족할 때 경제성과 기간 단축 등의 이유로 아파트를 빨리 짓기 위해 이 시공 방식을 쓴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시공방식에 손을 보지 않는 이상 층간소음 문제는 계속 이어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재 국내에 층간소음 규정은 있는데, 대각선이나 옆집 벽에서 넘어오는 소리 등 세대 간 소음규정은 없다. 국민들이 조용한 공동주택에 살 마땅한 권리 보장을 위해 향후에는 세대 간 소음에 관한 기준 추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시민단체 등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은 실효성이 없으므로 전수조사 의무화 및 기준 초과시 벌칙을 강화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이 시공 상의 문제라면, 이미 완공된 건축물을 보완 시공하기보다 착공 전에 품질에 대해 면밀하게 검사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공사감리를 강화하는 등 시공성을 향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전수조사를 의무화하고,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단계적으로 공공부문부터 공공임대주택 신축 시 구조체의 하중을 내력벽(벽식구조)이 아닌 보와 기둥을 통해 하부 구조체로 분산 전달해 바닥충격음을 저감하는 방식의 라멘 구조로 시공구조 형식을 변경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구축아파트를 위한 별도의 지원금 등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스타트업·청년재단과 한 간담회에서 “층간소음은 건설사가 해결해야 한다”며 “건설사가 층간소음 완화를 위해 바닥 두께와 인테리어 등을 신경 써 시공하고, 소비자·거주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30층짜리 아파트를 올릴 계획인 사업지에 층간소음 완화 조치가 반영된다면 한 층을 더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기존 아파트는 매트를 까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별도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약 300만~5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안다”며 “기금을 조성해 가구당 300만원 정도씩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의 추가 대책은 다음주 발표될 250만호 플러스 알파(+α)의 주택 공급 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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