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고용노동부
자료=고용노동부

[이코리아]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이번 달에만 일터에서 일하다 숨진 사람이 모두 4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년보다 빨리 폭염이 찾아온 점, 상반기 공급망 차질로 인한 강화된 노동 강도, 무리한 공기 단축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 및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건설현장에 대해 '산재 사망사고 경보'를 발령한다고 27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달(7월) 들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모두 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건(+36.7%)이나 많다. 

특히 50인(억) 이상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 사망사고는 2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건(+187.5%)이나 증가했다. 이에 전체 사망사고에서 차지하는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비중은 상반기 35% 수준에서 7월에는 56.1%로 급증했다.

또한, 7월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23건 중 13건(56.5%)이 지난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 반복 발생했고, 그중 8건은 올해 상반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기업에서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쌍용C&E의 4500톤급 선박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석탄회 더미에 깔려 숨졌다. 이 회사에선 지난 2월에도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이달 들어 사망사고 난 업체 가운데 올 해 이미 또 다른 사망사고가 난 곳은 모두 8곳이다. 쌍용C&E를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인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제일 먼저 입건됐던 삼표산업에서도 다시 사망 사고가 났다. 

특히 상반기 중에 반복해서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8건의 경우 건설업에서 4건, 제조업에서 3건이 발생해 건설·제조업의 산업안전 관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업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기 단축 압박 하에서, 도급인이 관계 수급인 간 작업시기· 내용, 안전보건조치 등을 확인하고 필요시 작업시기·내용을 조정해야 하는 혼재 작업 시 안전조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달 들어 50억 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던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가량은 건설기계·장비를 활용한 중량물 인양 과정, 적재물 상하차 과정, 기계· 장비 이동 과정 등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관련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사고와 직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한풀 꺾이며 300인 이상 기업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증가한데다, 휴가철을 앞두고 생산 일정을 촉박하게 잡으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비정형 작업과 운반하역 작업이 늘어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이에 더해 예년보다 18일 빨리 찾아온 폭염으로 노동자들의 옥외 작업 여건이 악화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것도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상반기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추락사고와 끼임사고로, 관련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업체도 2000곳에 육박했다. 

고용부가 올 상반기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감독한 결과 모두 4400여 곳에서 법 위반을 적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준수해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특히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때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더욱 주의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개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 같은 무리한 접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안전관리에 부족함이 없는 적정공기와 공사비 확보를 기반으로, 꾸준한 현장작업문화 등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법령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개선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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