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두 차례나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은은 금리역전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며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연준은 26~2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가파른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이라는 강수를 꺼낸 것.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은 경직돼있고, 물가상승률은 너무 높다”며 “향후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연준의 2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 한국(2.25%)을 추월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만큼, 이미 빅스텝을 단행한 한은도 다음달 열릴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게다가 국내 물가상승률도 가파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나 오르며,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역전까지 겹친 만큼, 한은도 추가 빅스텝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영경 한국금융통화위원 또한 지난 27일 열린 ‘한은 금요강좌’에서 빅스텝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당분간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상회하는 가운데 물가급등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면서 다소의 성장 손실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긴축을 중단할 경우 추후에 인플레이션 재발로 더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성장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역사적 경험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은, "금리역전 영향 크지 않다"

다만 한은은 아직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한은은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28일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과거 자본유출은 정책금리 역전이 아닌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로 전이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미 기준금리 및 장기시장금리가 역전됐던 시기인 ▲1999~2001년 ▲2004년 10~12월 ▲2005~2007년에는 외국인 투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됐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타격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28일 오전 열린 시장점검 회의에서 “연준의 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돼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경기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한은이 지난 27일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민간소비는 0.04~0.1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이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한은은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수익추구 행태가 약화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이로 인한 소비제약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이자 상환 부담에 물가 급등에 따른 부담까지 더해져 차입규모가 큰 가구와 저소득층 가구에서 소비여력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한은이 기존에 발표한 대로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의 전제대로 물가가 3분기나 4분기부터 꺽인다면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흐름이 바람직하다”며 “연말에 기준금리가 2.75~3.0%로 오를 것이라 보는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영경 금통위원 또한 27일 강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으로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경로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증권사 및 연구기관들은 연말 기준금리를 3.0%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올해 남은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모두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해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4일 ‘7월 금통위 결과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6%에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배제할 수 없어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배경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8·10·11월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물가상승세,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한은의 선택도 ▲추가 빅스텝 ▲0.25%포인트 인상 ▲금리동결 등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전제대로 물가가 3~4분기부터 꺾인다면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흐름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전제와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악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거나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반대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커진다면 이것도 예상과 달라지는 것이라 정책 운영은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