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조감도(안). 제공=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조감도(안). 제공=서울시

[이코리아] 용산 정비창 부지가 민간 개발사업이 무산된 지 10여 년 만에 국제 업무지구로 개발된다. 민간과 공공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롯데타워 같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데 주택은 60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26일 ‘용산정비창’ 일대 약 50만㎡에 대한 개발 청사진을 발표했다. 앞서 해당 지역은 오 시장 1기 재임 시절인 2006년 111층(높이 620m)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국제업무지구를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려다 중단됐다. 시는 미래도시 키워드를 담아 글로벌 도시경쟁력과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미래 신 중심지로서의 국제업무지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구역은 용산정비창 부지와 선로부지, 용산 변전소 부지와 용산역 후면 부지를 포함해 총 약 49만3,000㎡다. 이번 발표에서는 개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부이촌동 일대는 제외됐다. 

전체 면적 중 약 60%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나머지는 도로와 공원 등 기발 시설이 들어선다. 국제 업무지구의 70%는 업무와 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활용되고, 나머지 30%는 주거용도로 채워진다. 

개발은 민간과 공공이 몫을 나눠 개발하는 방식인데, 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사업시행자로 약 5조원을 투자해 부지 조성과 인프라 등을 구축하고,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는 구상이다. 과거 민간에 개발을 맡겼다가 무산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후 획지별 국제공모전을 거쳐 민간이 완성해나가는 것으로 실제 총사업비는 30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첨단 테크기업과 R&D‧AI 연구소, 국제기구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업무공간과 MICE 시설, 비즈니스 호텔, e-스포츠 콤플렉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융복합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 전체를 여러 개의 획지로 나누고, 모든 획지는 업무, 주거, 상업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갈 수 있는 '다용도 복합개발'을 허용한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비욘드조닝(Beyond Zoning)'의 개념이 처음으로 전면 적용된다.

'비욘드조닝'은 토지 용도를 주거용, 공업용, 산업용, 녹지용 등으로 구분하는 기존의 '용도지역제'를 전면 개편, 용도 도입의 자율성을 높여 복합적인 기능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전체부지를 국제업무, 업무복합, 주거복합, 문화복합 등으로 계획해 미래형 도시공간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용산정비창 복합개발지 지상부에는 공동주택 약 6000호가 배치된다. 전체 규모에서 주거비율은 약 30%를 차지한다. 이중 25%는 임대로, 1000가구는 오피스텔로 공급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된 8.4대책에서 최대 1만여 가구를 공급키로 했는데, 4000여 가구가 축소되는 셈이다. 

시는 해당 지역을 서울 최초의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풀기로 했다. 또 공공에서 민간 분양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면서, 분양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 개발에 따른 부동산 불안에 대해 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투기 수요는 차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개발호재는 지역가치로 연결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도 그런 측면에서 지역가치에 긍정적이나 최종완공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지역가치에 반영되는 것도 그에 맞춰서 더해질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주도개발은 시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공공기관이 공동사업시행자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계적 순차적 개발도 시도할 만 하다”면서 “다만 공공의 역할이 부지조성과 인프라 구축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 입체보행네트워크(왼쪽)와 용산 '모빌리티 허브' 조성 구상(안). 제공=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 입체보행네트워크(왼쪽)와 용산 '모빌리티 허브' 조성 구상(안). 제공=서울시

서울시는 생태녹지 축도 확대하기로 했다. 공원과 건물 내 녹지 등을 포함해 50% 이상의 녹지율을 확보한다. 북한산~서울도심~남산~용산공원~용산국제업무지구~한강으로 이어지는 남북녹지축도 완성한다. 이를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용산공원, 한강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 녹지체계를 구축한다. 지구 중앙에는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중앙공원을 조성하고, 철도부지에는 선형공원을 조성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를 지상‧지하‧공중으로 연결하고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입체보행네트워크'도 만든다. 건물과 건물은 브릿지를 통해 공중으로, 지하 보행로를 통해 지하로 각각 연결되는 식이다. 날씨와 관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해지고, 건물 저층부와 지하공간에는 다양한 상업‧문화시설도 조성될 전망이다.

지상부를 녹지와 보행 위주의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확보했다면 지하는 차량 중심의 도로교통체계로 구축한다. 강변북로, 한강대로, 청파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개설해 서울도심‧강남, 인천공항으로의 광역 접근성을 확보한다. 용산역과 인접한 부지에는 미래항공교통(UAM), GTX, 지하철, 도로 교통 간 쉽고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대중교통환승거점인 1호 '모빌리티 허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UAM의 경우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시범노선을 운영하고, 향후 인천공항, 잠실, 수서 등 서울시내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UAM 노선을 완성할 계획이다.

도로에는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V2X(자율주행 통신시스템) 같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주택에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관리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 실제 도시와 동일한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 다양한 위기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통합방재시스템'을 구축해 화재 등 재난상황 대응력을 높인다. 전력망에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그리드' 등도 적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저감에도 기여한다.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 앵커부지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임기 때 추진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이 2013년 최종 무산된 이후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며 “차질 없이 실행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견인하겠다. 최첨단 미래산업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 앵커부지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건은 고도제한 및 비행금지구역 규제다. 해당 구역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불과 1km 떨어져있다. 이 지역은 대통령 경호가 최우선이다. 청와대의 경우 서울시가 규정한 최고고도제한지역(인왕자연경관지구·1종일반주거지역)에 포함돼 최고 4층 이하(16m) 건물만 지을 수 있었다. 용산 대통령실 주위도 고도제한에 묶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규모를 줄인다 하더라도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집무실 경호와 상충될 개연성이 크다. 

또 대통령 집무실 일대는 비행기, 드론 등을 띄우지 못하는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UAM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2005년 부지 착공 후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나 대규모 UAM 터미널 같은 시설이 완성되려면 경호를 위해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다시 이전해야 될 지도 모른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차례 정부와 조율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집무실 주변건물에 추가적인 높이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통령실 근처의 40층 건물 계획도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했다. 용산개발지구 마천루의 경우 집무실과 1km 이상 떨어져 있고, 집무실 확인도 했고 실제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UAM 사업 관련 관계자는 “UAM 사업정책의 경우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 있기 전에 세워진 것으로 아직 UAM 터미널 관련해 법제화된 것이 없다. 최대한 정부와 협의해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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