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bhc치킨 가맹본사의 기성품 해바라기유 구입 강제 갑질 관련 가맹사업법 위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bhc치킨 가맹본사의 기성품 해바라기유 구입 강제 갑질 관련 가맹사업법 위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이코리아] 최근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인 한 네이버 카페에 bhc 치킨 매장을 팔겠다는 가맹점주들의 게시글이 늘고 있다. bhc 일부 가맹점주는 치킨 조리 시 사용하는 기름값 인상에 대해 반발해 얼마 전 bhc를 가맹사업법 위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달 초부터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bhc 치킨 매장을 매도하겠다는 가맹점주들의 게시글이 50건에 육박하고 있다. 관련해 게시판에서 점주들은 ‘인건비에 튀김유까지 오르니 못 버티겠다’ ‘파리바게뜨도 똑같은 해바라기유를 쓰는데 들어오는 가격이 절반 가까이 차이난다. 너무 박리다매로 시스템을 맞춰놨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카페의 bhc 매장 매도 게시글은 개인 사정으로 실제 매도 의사가 있는 가맹점주도 있겠지만 본사의 튀김유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 심리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본사의 이 같은 방침에 일부 가맹점주는 “왜 가맹점에만 부담을 떠안기나, 남는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bhc 가맹점주 A씨는 “해바라기유 구입 지출이 매출대비 약 6% 정도다. 전국 가맹점주 평균매출액이 연간 5억원 정도인데, 대강 해바라기유 대금이 3000만원이 넘는다. 9만원 정도 하던 식용유 값이 거의 15만원으로 오르면서 기름값만 한 달 20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이러면 장사해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가 영업이익률로 32.4% 정도를 취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가맹점주에게 판매하는 재료들을 과도하게 비싸게 팔아서 하는 부분이 있지 않냐고 본다”면서 “이렇게 필수거래품목에서 지출이 늘면 아르바이트 및 본인 몫의 인건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bhc 치킨 매장을 매도하겠다는 가맹점주들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화면 갈무리
최근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bhc 치킨 매장을 매도하겠다는 가맹점주들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화면 갈무리

실제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hc가 지난 1일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15㎏ 한 통당 9만750원(부가세 포함)에서 14만6025원으로 올려 논란을 빚었다. 단 하루 만에 가격을 61%나 올린 것이다. bhc 측은 7일부터 공급 가격을 다소 낮춰 한 통 당 12만5750원에 팔고 있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 4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이에 대해 bhc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해바라기유 가격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의 약 50%를 공급해왔다. 프랜차이즈 치킨점들은 튀김유를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한다.

경쟁 중인 교촌·BBQ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튀김유 값을 올리긴 했지만 bhc만큼 인상 폭이 크진 않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카놀라유 한 박스(16.5㎏) 가격을 14% 올린 5만9400원(부가세 포함)에 공급하고 있다. BBQ치킨은 지난 4월 한 박스(15㎏)에 12만원이던 올리브유를 33% 인상한 16만원에 공급 중이다. 

bhc 측은 해바라기유 글로벌 시세가 안정세를 보이자 지난 7일부터는 공급 가격을 다소 낮춰 12만5750원으로 낮춰서 공급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는 여전히 이전 대비 40% 오른 가격으로 튀김유를 구입하고 있다.

bhc 관계자는 2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국제 해바라기유 가격이 급등해 지난달 1일부터 해바라기유 공급사인 롯데푸드에 조정 인상된 가격을 본사가 부담하고 있었다. 60여개의 원부자재 가격이 다 올랐는데 튀김유를 제외하곤 나머진 우리가 다 부담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점주들과 충분히 이야기가 된 상태”라며 “향후 국제 원유가가 안정화되면 다시 내릴 것”이라고 고통분담차원에서 사측의 해소 노력을 강조했다. 

가맹점에서 얻는 고마진으로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영업이익이랑 가맹점과는 관계가 없다. 경쟁업체들보다 매출이익이 3~4% 높은 것은 물류 등을 다 내재화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판매 관리비는 비용대비 10% 밖에 쓰지 않으며, 타사 대비 훨씬 적게 쓴다. 남들보다 비싸게 팔았으면 판매총이익이 경쟁업체보다 몇십프로 높아야 하지만 퍼센트는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해바라기유 공급사인 롯데푸드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원유가가 올라서 가격 인상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제 원유가 추이를 보고 향후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일반 해바라기유랑 비교하면 안 된다. 해바라기유도 스펙이 다양하다”면서 “가격 부분은 납품가 부분이라 타사대비 비교가 안 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6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일보가 한국식품과학연구원에 해바라기유 3종(롯데푸드, 비앤비코리아, 오뚜기)의 성분분석 및 파리바게뜨에서 사용 중인 삼양사의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해표의 일반 해바라기유와 성분 비교를 의뢰한 결과, 비교군의 품질에 사실상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가맹점주와 치킨업계 관계자들은 bhc가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임을 강조하며 본사에서 물가 상승에 대한 고통 분담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1일 bhc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bhc 본사가 기성품 튀김유(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공급하면서, 가맹점주가 그 품질에 준하는 튀김유를 시중에서 직접 구입 가능함에도 불합리하게 고가로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이번 신고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bhc는 매출 4771억 원, 영업이익 153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외식업계 평균 영업이익률(10%)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32.2%에 달한다. 당기순이익도 1547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단체들은 bhc의 영업이익률이 주요 경쟁업체 3사(교촌·BBQ·굽네)의 평균 영업이익률(11.4%) 3배에 가까우며, 스타벅스(8.5%)의 4배, 파리바게뜨보다 16배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공정위 신고서에 따르면 치킨 가맹본사의 매출은 가맹점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차액가맹금, 가맹수수료, 인테리어 비용과 가맹점으로부터 수취하는 광고비 등으로 실현된다. bhc의 영업구조가 다른 치킨프랜차이즈 본사들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bhc의 비상식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은 가맹점주와의 거래에서 필수거래품목 지정과 차액가맹금 수취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로 bhc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에서 차액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교촌, BBQ, 굽네치킨 등 주요 경쟁3사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튀김유를 필수거래품목으로 지정했기에 가맹점주들이 이걸 구입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그게 비쌌다는 거다. 게다가 해당 튀김유가 ‘특별’하지 않다는 게 언론을 통해서도 드러났다”면서 “가맹사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금지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으며,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가맹유통팀에 담당자가 배치됐다. 곧 보완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정위가 이번 bhc의 ‘고가 기름’ 논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 법 위반 여부를 가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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