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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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쪼개기 상장, 공매도 등의 피해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해온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과제 중에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제한, 공매도 제도 합리화 등의 안건도 포함됐다. 

우선 금융위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장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쪼개기 상장은 기업의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핵심 사업부문의 이탈로 기업가치가 감소하는 데다, 중복상장으로 모회사에 지주사 할인이 적용되는 만큼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설명·소통 등 주주 보호 노력이 미흡한 경우 자회사 상장을 제한할 계획이다. 앞으로 물적분할된 자회사를 상장하려면 주주간담회, IR활동, 분할 후 기업공개(IPO) 계획 공시,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 주주총회 개최 등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 충분히 상장 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물적분할에 반대한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보장되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모회사 주주도 보유 중인 주식을 회사에 적정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 

공매도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우선 금융위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공매도를 일시 중단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금액 6배 이상 늘어난 종목에 한해서 다음날부터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완화해 지정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하고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반영해, 공매도를 위한 주식차입 시 요구되는 담보비율에 있어 개인투자자(140%)와 기관(105%)간 차이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올해 3분기 중 해당 과제 추진을 위한 세부계획을 발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주주보호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핵심적인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우선 공매도의 경우 공매도 과열 및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한 대책은 발표됐지만, 외국인·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가 불리한 부분을 해소할 방안은 기존에 논의됐던 내용뿐이다. 실제 주식차입 시 개인투자자에게 적용되는 담보비율을 140%에서 외국인·기관 수준인 105%로 낮춰 공매도 시장 참여를 높인다는 계획은 이전부터 거론됐던 대책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 문턱을 공평하게 낮추기보다는, 외국인·기관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단축하고 변경하고 담보비율은 140%로 상향하라는 내용의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전달한 바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까지 주장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금융당국의 개선방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쪼개기 상장’으로부터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에는 신주 우선배정 문제가 빠졌다. ‘쪼개기 상장’은 기업의 핵심 사업부문이 신설 자회사로 분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 사업을 보고 모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물적분할된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우선 배정하도록 한다면, 기존 주주에게 먼저 자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공약으로 제시했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금융위는 해당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와 추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신주 우선배정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4일 열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 보호 방안 정책세미나’에서발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회자 상장 시 공모주 발행을 위한 이사회 의결 전날 신주 물량의 20%를 모회사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이봉헌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신주 우선배정은 기업공개(IPO) 시 수요예측을 통한 가격발견 기능 저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 또한 “우리사주 우선배정과 모회사 주주에 대한 우선배정은 입법목적이 다른 제도”라며 “현행 상법 하에서는 상법 제418조 소정의 주주배정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8개의 세부 추진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기존 국정과제 외에도 우리 경제의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준비한 주주보호 대책이 위축된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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