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해 대기발령이 난 류삼영 총경이 26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의 국무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해 대기발령이 난 류삼영 총경이 26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의 국무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한 경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를 둘러싼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경찰의 반발을 지켜보는 언론의 시선은 양갈래로 나뉘는 모양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5일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 16명으로 구성되며,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야당과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들이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열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총경은 현장 50여명, 온라인 140여명 등 약 190명에 가깝다. 회의 장소에 화환을 보내지지 의사를 밝힌 인원까지 더하면 약 357명으로 전국 총경 인원인 600명의 절반이 넘는다.

정부는 경찰 내부의 반대기류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실제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에게 대기발령을 명하고 회의에 참석한 총경 50여명의 명단을 파악해 감찰에 나선 상태다. 또한,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하는 등 경찰제도 개편 속도도 높이고 있다. 

반면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은 26일 대기발령 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쿠데타를 하려는 게 아니라 쿠데타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경찰국 신설안은) 내용도 정의롭지 않지만, 절차는 더더욱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야, “경찰국 신설은 경찰 장악 시도” 주장... 여, “무책임한 선동” 반박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경찰국’을 검색한 결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총 156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회의가 토요일에 열린 만큼 23~24일에는 많은 기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월요일인 25일에는 무려 636건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경찰국 기사에서 등장한 키워드를 보면 경찰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정부와 여야, 경찰 내부의 갈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주요 키워드 목록에는 ‘경찰 장악’이라는 표현이 포함돼있다. 경찰 내부와 야당에서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안을 정부가 경찰을 장악하고 길들이기 위한 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류 전 울산 중부서장에 대한 징계에 대해 “회의 한 번 했다고 바로 현장 치안을 책임지는 서장을 해임하는 일이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경찰 장악’이 야당의 프레임이라며 반박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달 전까지 집권당으로 국가를 운영하며 과거 민정수석을 통해 경찰을 장악했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마자 안면몰수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이날 ‘경찰장악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것에 대해 “치안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선동 정치”라고 비판했다. 

 

지난 23~26일 보도된 '경찰국'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지난 23~26일 보도된 '경찰국'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언론, 정부·경찰 책임론 두고 입장 엇갈려...

한편, 언론 또한 경찰국 신설안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경찰의 집단 반발은 부적절하다”는 입장과 “정부의 징계가 지나치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에서 “지금까지 경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었다. 그러면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경찰력을 행사해 왔다. 이때는 어떤 경찰관도 ‘경찰 독립 훼손’ 주장을 하지 않았다”며 “경찰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경찰 독립 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정수석실 폐지 및 검찰 수사지휘권 박탈로 경찰의 권한이 막대해졌다며, “막강한 경찰을 통제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공백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또한 25일 사설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 지휘부가 사전에 모임을 만류했지만 상당수가 불복했다”며 “상명하복의 지휘체계가 엄정한 경찰에서 이들의 모임이 집단항명으로 비쳐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14만 경찰을 일선에서 지휘하는 핵심 간부가 주말이라지만 치안 현장을 팽개치고 나와 정부를 비난하는 모임을 갖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이 정부와 국민을 거꾸로 겁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을 비판하는 매체도 많았다. 한국일보는 25일 사설에서 “정무직 공무원인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권을 부여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를 자초했고, 실행 방식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서둘러 고치는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분란 확산의 일차적 책임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초유의 총경 회의마저 경청하는 자세 없이 무더기 징계로 덮으려 한다면 상황 수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날 사설에서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 주무 장관이 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것은 반대 의견에 귀를 닫고 정부 방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며 “불거진 이견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행안부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취지는 경찰이 ‘음성적으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과거에서 탈피해 정부의 ‘공식적’ 통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경찰 간부들이 정권 핵심부와 다른 의견을 냈다고 겁박하는 이 장관 모습을 보면, 향후 행안부가 경찰 인사·징계권을 장악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경찰 간의 갈등으로 인한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앙일보는 26일 사설에서 “경찰은 무기를 소지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특수 조직으로, 상부의 허가 없이 집회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경찰의 집단 반발을 비판하면서도 “검수완박법 시행 시한이 촉박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경찰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정부의 대응 또한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이 장관의 ‘12·12 쿠데타’ 발언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다수 경찰관까지 자극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행안부와 경찰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설득 노력을 기울여 경찰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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