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서버. 사진=픽사베이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서버. 사진=픽사베이

[이코리아]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이 2개월 만에 뒤바뀌었다. 서버용 SSD가 전체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을 방어할 듯했지만,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 주문을 줄이고 있는 탓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13%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예측한 가격 변동 폭은 앞서 전망한 수준과 크게 달라졌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5월에는 가격이 최대 5%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업황이 위축된 배경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와 PC·노트북 등 전자제품과 서버 시장 전반이 부진해,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 수요도 줄고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해 개인과 기업 고객 모두 소비를 미루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5월과 6월 연속으로 전년비 8.6% 이상 상승했다. 지수가 이 정도로 치솟은 것은 41년 만이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인력까지 감축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은 내년까지 신규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에 전체 직원의 약 1%를 해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하반기는 전통적인 전자제품 성수기지만, 이번에는 제조사들에게 실망스러울 듯하다”이라며 “재고는 4분기까지 계속 쌓여 공급과 수요 간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C 제조사들은 상반기에 구입한 SSD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3분기 주문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전체적으로는 중국 YMTC가 노트북용 SSD 출하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가격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출하량 증대를 위해 가격 인하를 제시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PC용 SSD 가격은 3분기에 최대 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혔던 서버용 SSD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들이 주문량을 계속 줄이는 데다, 차세대 서버도 기대보다 수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용 SSD 가격은 최대 10%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eMMC와 UFS는 하락 폭이 최대 13%에 달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웨이퍼의 경우 가격이 최대 20% 떨어질 수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토대를 이루는 핵심 재료다. 시세가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통상 낸드플래시보다 가격 변동 폭이 큰 편이다.

웨이퍼에는 당초 하반기 성수기 진입과 중국 내 봉쇄 해제 등 호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공급을 계속 확대해왔기 때문에 악성 재고가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지난 7일 월간 낸드 동향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반도체 부족, 중국 내 봉쇄, 초 인플레이션 등 여러 이슈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분석했다.

서버용 낸드플래시 업황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망했다. 그는 “기업 시장은 유일하게 전망이 밝고, 하반기까지 안정적인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시장 역학 관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말까지 기업 시장 역시 둔화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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