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5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5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최근 삼성이 45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된 데다 경제단체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데서 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월례포럼에서 “(경제인 사면은) 대통령께서 하는 통치권적 차원의 권한”이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처벌 내지는 그러한 어려움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마 우리 경제나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도 그렇게 어긋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민간중심 경제 전환’을 경제 정책 기조로 내세운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8·15 광복절을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이 시점에서 확인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하지만 취업제한 논란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6단체장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 활발히 뛸 수 있도록 현재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활동에 불편 겪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사면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5월 24일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것으로,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린 수치다.

하지만 반도체·전장 분야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등 미래 먹거리 투자는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계는 그 원인으로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에 묶여있는 등 법적 제약을 꼽는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권한과 책임 가져야 삼성이 M&A나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견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사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8일까지 약 2주간 일정으로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도 진행 중이라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하지만 출장 기간에 잡힌 2차례의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준법위와 삼성 최고경영진 간담회 참석에 앞서 취재진의 이 부회장 사면 관련 질의에 대해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재용 사면은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  일각에서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있는데 사면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가  기업인 사면 요청에 대한 질의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 역시 여론의 향배를 살피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반대 입장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부회장 관련 지금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건으로 사면과는 무관하다"며 “사면이 안 되어서 경영활동을 못한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취업제한 규정에 저촉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고,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일선에 있었던 만큼, 재벌들의 여론몰이에 화답하듯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한동훈 법무부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위반 여부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먼저 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경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취업제한 위반 고발 불송치 이의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지난달 9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 규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취업’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 등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상시적인 근로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경제개혁연대는 “취업을 ‘보수의 수령’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몰각한 해석”이라며 “이 부회장이 업무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지위나 권한을 갖고 있는지, 또는 실제로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취업’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회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맡은 채, 해외 출장 업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두고, 취업상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상식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연대’,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등 우파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작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론을 결집하는데 이 부회장 등 재계 인사의 특별사면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1만여 명의 서명이 담긴 사면찬성 요청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계 외 종교계 일각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여론이 일고 있어 정부로서도 오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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