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사고 금액이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최근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코리아>가 전세 보증금 안전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13일 정부·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액수가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595건이다.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다세대주택 세입자의 피해가 1961억원(924건)으로 가장 컸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지역 피해액이 250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73.4%를 차지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HUG,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이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는 등 보험 적용 대상 자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증가세가 가파른 편이다. 상반기 추세라면 올해는 6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매·전세 거래가 한 번씩이라도 있었던 경우는 2만9300여 건이었다. 이 중 평균 전세 가격이 평균 매매 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7.7%(2243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매매·전세 거래가 동시에 있었던 주택의 7.7%는 이미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깡통전세' 상태에 놓였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 지방이 76.4%(1714건)으로 다수지만 수도권도 23.6%(529건)에 달했다. 서울에서는 전체 거래(3425건) 중 153건(4.5%)이 매매가를 넘어선 전세거래로 확인됐다.

금액별로는 전국적으로 매매가격이 1억원 이하인 저가 아파트가 36%를 차지했다. 저가주택일수록 매매가격이 전셋값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는 “주로 지방 위주였던 깡통전세 위험 단지들이 올해 대선 이후 수도권 외곽의 집값 하락으로 수도권 쪽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집값 하락기에 전세가율이 매매가의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커진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 수도권 빌라 500채를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화곡동 세 모녀 사건' 등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피하는 방법으로 전세가율이 너무 높거나 선순위 대출금과 전세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임대차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계약 후에는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 주민등록 이전 및 확정일자, 전세권 설정등기, 반환보증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문제는 일반적인 대도시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표준화된 물건, 즉 빌라 다세대주택 등에서 더 발생한다. 임대인의 국세체납처럼 임차인이 사전에 확인이 어려운 사안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위험물건에 대한 보증 보험료를 높이는 것이 보험사 측면에서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확정일자로 대항력을 확보하면 전세보증보험 가입물건은 그걸로 담보가 된다. 이 이상 민간계약에서 완벽한 전세금 보장방안을 찾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세보증사고 건수와 사고액 규모가 늘면서 개인적인 주의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전세 보증금 안전을 담보하는 제도적인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매매시장의 가격이 조정되는 지역이 나오면서 영끌차주 중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할 경우나 아파트 중 전세가율이 높은데 외지인 매입비율이 많았던 지역에서 세입자 깡통 전세 리스크는 일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에 따르면 이미 아파트 실거래가로 지방 아파트 전세가율이 높다. 대구 전세가율 75%, 울산 77%, 충북 80%, 강원 77%, 충남, 78%, 전북 83%, 전남 81%, 경북 83%, 경남 78% 정도다. 

여기에 전세가율이 높지만 아파트 보다 낮은 가격으로 어필하는 신축 다세대·연립은 정비사업 규제완화 가능성을 틈타 갭투자 하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깡통전세가 문제될 지역이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미 HUG는 전세금반환보증의 수혜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는 전세금 LTV를 100%까지 보증하고 있다. 노력을 안 한다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전세금이 임차인의 대부분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보증금 반환의 안전판을 더 꼼꼼히 만들고 위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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