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 징계에 따른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 징계에 따른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여당이 당 대표 징계로 내홍을 겪으면서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8일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은 지난 1월 대전에서 이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장모 씨를 만나 “성 접대가 없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고, 대신 한 피부과 병원에 7억원의 투자를 유치해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해줬다. 이날 윤리위에 출석한 이 대표는 해당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김 실장 또한 이 대표의 지시로 장모 씨를 만난 것이 아니며 투자유치 각서 또한 성접대 의혹 무마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이 대표의 소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결정했다. 

 

8~12일 보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8~12일 보도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이준석 징계 보도, 키워드는 '권성동'과 '윤핵관'

새 정부 출범 후 2개월 만에 여당 내부를 뒤흔든 사건인 만큼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이준석 당 대표를 검색하자,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총 147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징계가 결정된 8일에는 564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 대표 징계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이는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공백을 메울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는데, 이는 당 대표 공백에 따른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권 원내대표 다음으로 이 대표 징계 관련 기사에서 자주 거론된 키워드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었다. 이는 이 대표 징계가 당 외부에서는 윤핵관 대 이 대표의 갈등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실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이 대표 징계에 대해 “윤리위원회나 윤핵관들을 보면 조폭 같다”며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윤리위가 의혹만 가지고 중징계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12일 이 대표 징계에 대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작품”이라며 “애초부터 6·1 지방선거가 끝나면 몰아내려고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은 ‘포스트 이준석’을 두고 윤핵관 내부에서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1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결론난 것에 대해 “국민의힘 내분 사태는 일단 봉합됐지만 잔불은 남았다”며 “권 대행 체제를 6개월 동안 이어갈지를 놓고 차기 당권주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강성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직무정지 종료 후에도 당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비당권파 윤핵관을 중심으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없지 않았지만, 집권여당인 만큼 내분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고 안정적 집권체제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에 묻혔다”면서도 “하지만 리더십 교체 요구가 일정부분 확인된 만큼, 당권 경쟁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이날 기사에서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입했지만, 차기 당권을 노리는 세력들의 권력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당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 유지, 조기 전당대회 후 신임 당 대표 선출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가능해 셈법이 복잡해진 때문이다.

한겨레는 “지도 체제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물밑에선 당권주자들의 활발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된 바로 다음 날인 9일 지지자 1천여명과 산악회 모임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도 각각 12일과 13일에 공부 모임을 여는 등 세 모으기 대결을 펼치고 있다”고 여당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징계가 결정된 8일 페이스북에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라는 가사가 담긴 애니메이션 OST를 공유하며 간접적으로 심경을 표현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징계가 결정된 8일 페이스북에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라는 가사가 담긴 애니메이션 OST를 공유하며 간접적으로 심경을 표현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언론 "이준석·국민의힘 모두 자중하라" 한 목소리

한편 언론은 이 대표 징계로 불거진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기 침체, 물가 폭등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내 권력다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초유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국가적 재난 사태 속에 열리는 집권당 모임은 당내 분란 뒷수습에 초점이 모여질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새로 출범하는 정권 앞에 경제와 안보 위기가 동시에 몰려 오는 일도 드문 일이다. 대선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내분을 일으키며 지리멸렬하는 일은 더욱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나라 안팎 사정이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고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또한 8일 사설에서 이번 사태를 ‘3류 드라마’에 비유하며 “집권여당 대표가 개인 비위 의혹으로 당에서 중징계를 받은 것이나, 연이은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밀어내는 모양새나 우리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국내외에서 경제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국민들은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신음하는데, 집권여당이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민의 시름만 더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당과 이 대표 모두 자중할 것을 권하며 신속하게 당내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이 대표는 징계의 적절성을 떠나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불복 운운에 앞서 스스로 갈등의 진원지가 된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당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 등 ‘포스트 이준석’ 시나리오가 나온다”며 “지금은 차기 당권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파국 직전의 혼란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당의 중지를 모을 때”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대행체제에 대한 불안감도 아직 남아있다. 한국일보는 12일 사설에서 여당이 의원총에에서 직무대행 체제를 승인한 것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에 선을 그은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 내분 사태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직무대행 체제 유지 기간이나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당내 이견이 아직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

한국일보는 “이날(11일) 3선 이상 중진 모임에 윤핵관 실세 장제원 의원이나 차기 당권 도전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우택 의원 등 6명은 불참했다”며 “친윤그룹 내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나뉘는 대목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윤핵관들부터 당권 다툼이 점화되지 않도록 대의명분에 맞게 자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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