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집

[이코리아] 이동통신사가 설계 중인 5G 중간요금제의 상세한 구성이 드러났다. 다만 데이터 제공량이 가입자 평균 사용량에 못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일 이동통신3사 CEO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에서는 이종호 장관이 참석해 통신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통신3사 CEO들과의 간담회는 이종호 장관 취임 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이종호 장관은 “최근 공공요금과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민생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필수재인 통신 서비스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이용자 수요에 맞는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G 중간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20GB에서 100GB 사이인 상품을 뜻한다. 중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통신사들이 데이터 제공량이 과하거나 적은 상품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5G 가입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1GB다. 그러나 20GB~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없어, 27.1GB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100GB 이상 요금제를 택하고 최소 72.9GB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데이터 제공량이 10GB인 ‘슬림’과 110GB인 ‘5GX 레귤러’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슬림은 5만5000원 5GX 레귤러는 6만9000원이다. 이 사이의 요금제는 없다. 가입자들은 중간 선택지가 없어 통신비를 더 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 주요 5G 요금제. 사진=T월드 누리집
SK텔레콤 주요 5G 요금제. 사진=T월드 누리집

5G 중간요금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공약이다. 정부는 3분기부터 통신사들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5월 30일 밝히기도 했다.

이종호 장관은 간담회에서 “통신3사가 빠른 시일 내 검토를 끝내고 5G 중간요금제를 조속히 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먼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통신사는 SK텔레콤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제공량 24GB에 월 5만9000원인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 KT도 내달 출시를 준비 중이며, LG유플러스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와 요금 구성은 SK텔레콤과 다를 수 있다.

5G 중간요금제의 윤곽이 드러난 뒤, 일각에서는 구성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데이터 제공량이 가입자들의 평균 사용량을 밑돌아, 사실상 슬림 요금제 가입자를 유인하는 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12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중간요금제를 먼저 하겠다는 회사가 데이터 제공량 24GB를 제시했는데, 평균 사용량을 쓰는 사람은 여전히 그 이상의 요금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엉터리 요금제로 소비자가 부당한 요금을 지불하는 일이 없도록 지켜보고 바로잡겠다”며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제시안 외에 다른 구간을 만들거나 30GB가량을 제공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CEO들 간의 5G 중간요금제 합의 내용이 적절한지 면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