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신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11일 취임한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재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뿐 아니라 외국도 시장이 급변하면 공매도를 금지한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필요하면 공매도 (금지)뿐만 아니라 증안기금(증시안정기금)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회복되면서 지난해 5월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최근에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이유로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공매도 전면 재개는 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위해서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공매도 금지하면 증시가 반등할까?

하지만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를 다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 지수는 반등에 성공해 꾸준히 상승했지만, 공매도 일시 금지가 풀린 2021년 5월 3일부터 공매도 거래는 다시 재개됐고, 그때부터 지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지수 변동성 확대 시기에 수급의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매도 급증은 지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수 안정화 정책 중에서 공매도 거래금지가 지수 바닥을 잡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매도 금지가 증시 반등과 큰 연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2020년 공매도 금지 및 2021년 부분적 해제 조치의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공매도 금지조치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대부분 5일 이내에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2020년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일부 종목군을 제외하면 유동성이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시장 전반의 안정화 조치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시작된 국내 증시의 하락장이 공매도 급증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규모는 6156억원으로 5월(6145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 개인투자자는 왜 공매도를 싫어할까?

공매도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순기능이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강화,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고 등이 있으며, 역기능으로 시장 교란요인으로의 작동 가능성, 결제불이행 위험 증가, 개인투자자의 소외 가능성 등이 지적된다”며 “실증분석에 따르면 대체로 순기능이 상대적으로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매도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은 순기능을 무시한 비합리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인 것일까?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것은 꼭 공매도에 대한 편견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투자성향 상 공매도에 피해를 볼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발 여론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개인투자자의 주식매매 성향과 공매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누적 수익률이 낮은 주식 중에서도 공매도 비중이 높아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순매수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6개월간 누적 수익률에 따라 ‘승자 주식’과 ‘패자 주식’을 나누고 개인·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주식순매수비율(순매수량÷발행주식 수)을 분석했는데, 개인투자자는 승자 주식은 순매도하고 패자 주식은 순매수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패자 주식 중에서도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주식에서 가장 높은 순매수비율(2.082%)을 기록했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낮은 패자 주식의 순매수비율은 0.50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외국인·기관투자자는 승자 주식은 순매수하고 패자 주식은 순매도하는 경향이 뚜렸했으며, 공매도 비중이 높은 패자 주식일수록 순매도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외국인·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던 셈이다.

◇ 공매도, 개인투자자 위한 정보 공개 확대 필요

문제는 공매도 전면 재개와 금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할 것이 아니라면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담보비율을 기존 140%에서 외국인·기관과 같은 105로 하향하고, 주가 급락 시 공매도가 자동 중단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하는 등의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로 인해 손실을 보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보 부족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참여가 활발한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는 공매도와 관련하여 공시 정보 이외에 추가적인 정보 획득이 용이할 수 있지만, 공매도 접근성이 제한적인 개인투자자는 공시 정보 이외에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공매도와 관련된 정보 공시의 확대는 공매도가 집중된 패자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성향을 완화하여 공매도의 영향으로부터 개인투자자의 손실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잔고비율(공매도 잔고 ÷ 상장주식 수 × 100)이 0.5%를 넘는 경우 매일 투자자의 인적사항 및 공매도 잔고 비율, 수량 등을 공시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0.5% 이하인 경우에는 공매도 포지션이 바뀌어도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 박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기준을 0.5%보다 하향해 개인과 외국인·기관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아예 기관투자운용사에게 매달 공매도 포지션 및 그에 영향을 미치는 일일 거래 활동을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2월 2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이 방안이 채택되면 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는 12일 낮 1시 현재 전일 대비 1.13% 하락한 2313.71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2300선이 붕괴될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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