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 동의 없이 SNS에 사진을 게재하는 행위를 경고하는 캠페인. 사진=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
부모가 자녀 동의 없이 SNS에 사진을 게재하는 행위를 경고하는 캠페인. 사진=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

[이코리아] 개인정보 보호 인식이 비교적 부족한 아동과 청소년 대상으로 ‘잊힐 권리’가 강화된다. 정부는 해외 국가 대비 더 높은 연령의 청소년의 권리도 보장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 권리 강화, 타인 게시글도 삭제 가능

정부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11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아동·청소년의 잊힐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계획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정부는 계획 추진 배경에 대해 “아동·청소년은 누구보다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만, 성인에 비해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미숙하다”며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에 축적된 개인정보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아동·청소년의 권리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잊힐 권리’를 강화한다. 잊힐 권리란 온라인상에 게재된 자신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정보통신망법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권리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는 온라인상의 게시물로 인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을 당한 경우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는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해야 한다.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에도 잊힐 권리가 명시돼 있다. 먼저 직접 자신의 게시물 삭제를 시도하고, 불가한 경우 게시판 관리자에 접근배제 요청을 한다. 이후 관리자가 접근배제 조치를 실시하는 절차다. 원칙적으로는 본인만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도 가능하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아동·청소년 잊힐 권리에서는 게시물 범위가 보다 넓어진다. 본인이 아닌 부모나 친구 등 제3자가 올린 개인정보도 일정 요건 하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요건은 하반기에 발표한다.

정부는 이달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본인의 게시물 삭제를 지원하는 시범사업 진행 및 온라인 게시물 내 개인정보 탐지 기술을 개발한다. 잊힐 권리 관련 법은 2024년까지 제·개정할 방침이다.

◇정부, 해외보다 보호 대상 연령 높인다

잊힐 권리의 중요성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커지고 있다. 본인이 모르는 곳에 공유되고 있는 게시물까지 찾아 삭제를 돕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종과 산업이 생겼을 정도다.

해외 국가들도 잊힐 권리 관련 법제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9월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을 통해, 13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처리 시 보호자 고지, 처리방침 게시 등을 규정했다. 상원의회는 지난해 5월 아동 연령을 16세로 상향하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일부 주에서는 보다 세밀한 규정을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잊힐 권리를 주법에 담았다.

유럽연합은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인정보 보호 규정)상에서 잊힐 권리를 보장한다. 회원국별로 최대 16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 시 보호자 동의를 의무화했다. 개인정보 처리자의 삭제 의무 등도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보호 대상의 연령을 만 18세 또는 만 19세 미만 중에 검토 중이다. 관련 법 제·개정이 완료될 시 친구로부터 사이버폭력을 당한 아동·청소년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부모가 올린 게시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개선될 전망이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12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86.1%는 자녀 동의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등에 사진·이름 등 개인정보를 공유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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