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20년 근로소득세 납입 추이. 근로소득세 계산 시 본인 1인 인적공제 적용한 산출세액. 자료=한국경제연구원
2010~2020년 근로소득세 납입 추이. 근로소득세 계산 시 본인 1인 인적공제 적용한 산출세액.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이코리아] 15년간 변함없는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해 최근 개편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급여생활자들은 실질적으로 같은 월급을 받아도 세금을 더 내는 구조라는 비판이 많아서다. 

◇정부, 소득세 과표·세율 조정 검토  

11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중·저소득층 과표 구간 조정을 포함한 소득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8단계 과세표준 구간을 두고 6∼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그동안 고소득층의 과표 구간이 일부 추가되거나 세율이 조정되긴 했지만, 서민이나 중산층이 다수 포함된 △1200만원 이하(세율 6%), △4600만원 이하(세율 15%), △8800만원 이하(세율 24%)는 과표 구간이 2008년 시행 이후 15년째 유지 중이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과 비교해 31.4%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대외변수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그해 물가상승률이 3.0%인데 임금근로자의 소득세 과표가 4500만원에서 임금상승 등으로 3%(135만원) 올랐다면 종전보다 오른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임금상승분을 물가상승이 상쇄해 실질적으로 소득이 늘지 않았으나 명목소득은 증가함에 따라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소득세 규모는 2008년 3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14조1000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4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세수는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는 과세인원이 늘어난 것도 소득세수 증대의 원인이어서 과표·세율 유지 문제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실질소득에 변화가 없는 납세자의 경우 물가상승에 따른 명목소득 증가와 소득구간의 자동적 상승으로 세율이 증가한다”며 “담세 능력에 비해 조세부담률이 증가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한 번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과표 개편 당시에도 정부는 과거 물가상승률(40∼50%)을 한 번에 반영하기엔 세수 감소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과표 구간(당시 1천만원·4천만원·8천만원)을 10·15·20%씩 상향 조정했다. 

올해 역시 저소득층을 더욱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차등을 두고 과표를 상향하되, 상승 폭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과표 하위구간 세부 조정 검토 중... 최저임금자들에 대한 우려도 

정부는 과표 하위 구간을 세부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태에서 과표를 일괄적으로 올리기만 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표 최하위 구간이 현재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25%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종전까지는 세금을 내던 근로자도 앞으로는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는 2013년 531만명에서 2014년 802만명, 2015년 810만명으로 증가했으며, 2019년(705만명)에도 700만명을 넘겼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36.8%에 달했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약 4명 가까이는 근로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과세 대상자 1인당 세 부담은 2013년 201만6000원에서 2019년 339만3000원으로 68.3% 상승했고, 실효세율은 4.5%에서 5.8%로 높아졌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만 내고, 세금을 낼수록 더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소득세 면세자를 지금보다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위 과표구간을 현행(1200만원)대로 유지하되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안과 지금보다 낮은 하위 과표구간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하위급여 면세자들의 비율을 줄여서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하위 과표 구간을 새로 설치해 종전까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던 근로자들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게 되면 조세저항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누리꾼은 “근소세 면세점이 연봉 2000만원 이하인데 이들 중 대다수는 최저임금 파트타임 근로자다. 주20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연 소득이 1000만원 정도라서 소득공제 되는 부분 빼면 월 몇 만원 걷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 “최저계층은 소득과 상관없는 간접세도 소득에 비해 많이 부담하고 있는 데다 또 주민세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근소세를 면제해주고 복지 덜 주는 게 나을 것. 그보다 소득세 누진 구간이나 손봐주면 좋겠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소득세 개편 방안을 마무리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윤석열 정부의 세법 개정 초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개정 세법은 2023년부터 적용된다.

◇경제단체, “소득세물가연동제 도입 및 사회보험료 개혁 필요”

한편, 실질임금을 올리려면 소득세물가연동제 도입 및 사회보험료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10년간 300인 이상 기업의 월 평균임금 통계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가 2010년 92만원에서 2020년 140만원으로 52.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에 따르면 근로자 실수령액이 2010년 357만원에서 2020년 435만원으로 연평균 2.0% 증가할 때,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5.3% 증가, 국민연금․건강․고용보험료는 각각 2.4%, 5.0%, 7.2%로 더욱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년간(2010~2020)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에서 물가상승율은 2010년 소비자물가지수 81에서 2020년 105로 연평균 1.5%씩 늘었고, 근로소득세는 임금인상에 따라 부담이 늘어 2010년 25만원에서 2020년 42만원으로 연평균 5.3%씩 증가했다. 이에 근로자는 물가 인상과 근로소득세 인상의 이중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한경연은 “물가와 연동되지 않는 근로소득세 구조가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근로자의 안정적인 소득증대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인 소득세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세물가연동제는 근로소득세 과표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의 연평균 증가율은 2.5%로 물가상승율 1.5%보다 약 1.7배 높지만 중간에서 공제하는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이 더 크게 늘다보니 근로자의 체감소득이 별로 늘지 않았다”며 “물가연동세제 및 사회보험료 개혁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고 근로자 실소득을 늘려야 근로자 생활안정 및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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