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3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 일정이었던 만큼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 나토 정상회의 보도, 핵심 의제보다 부가적 요소에 더 관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윤석열’과 ‘나토’를 검색한 결과, 윤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총 98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귀국한 1일에는 가장 많은 397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와 관련된 국내 언론의 보도행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토 정상회의 핵심 의제보다 부가적인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실제 나토 정상회의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참여 국가나 인물, 주요 의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였다. 실제 다수의 매체는 이번 순방 일정에 동참한 김 여사의 옷차림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국민일보는 2일 “저가패션 즐기던 김건희… 6000만원 명품 목걸이 눈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여사가 착용한 목걸이의 브랜드와 가격, 소재 등을 상세하게 다뤘다. 

특히 김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시장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하고 방문하자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공식 SNS를 통해 감사의 뜻을 표했는데, 주요 언론 대부분이 해당 소식을 기사로 다뤘다.

세계일보는 1일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우크라이나와 예술·친환경, 태극기를 연결고리로 ‘따로 또 같이’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며 “김 여사는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한 나토 동맹국 정상 부인들과 함께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생한 아동·여성의 인권 침해와 난민 문제에 공감을 표하며 보편적인 인류애와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연관키워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오는 7일 예정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 결과가 윤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을 마중했는데, 대부분의 매체는 이 대표의 공항 마중이 징계위와 연관된 행보라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1일 “지난달 27일 윤 대통령의 출국 환송길에 불참했던 이 대표가 이날 예정에 없던 귀국 마중에 나선 것은 이른바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윤리위의 결정을 앞두고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또한 이날 기사에서 “윤리위 회부 문제로 몰린 이 대표는 전날 친윤(親尹)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의 사임 이후 더욱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대표의 윤 대통령 ‘깜짝’ 마중은 최근 당에서의 ‘사면초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론전으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1~5일 보도된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1~5일 보도된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목록. 자료=빅카인즈

◇  尹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불거진 중국 리스크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가는 회담이 열린 스페인을 제외하면 ‘중국’이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불거진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일 사설에서 “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국제질서와 안보 지형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 간의 대립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회의”라며 “중국은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 언사로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중국은 교역 규모 면에서 미국·일본·유럽보다 많고, 북한 비핵화 등 안보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나라다. 한국이 이런 중국과 등을 돌리고 대중 포위망에 앞장서는 것처럼 비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중 관계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익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미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 구축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가 정한 원칙과 규범에 따라 사안별로 정밀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도 이를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우리가 정한 원칙에 맞지 않는 미국의 요구에는 당당히 입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서울신문은 유럽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신문은 1일 기사에서 “나토는 군사 연대이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 연대”라며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은 우리 가치 외교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우리가 그동안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데는 그들에 대한 수출 비중이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과 비슷한 23% 남짓이라는 구조적 원인도 없지 않았다”며 “가치 외교에 공감하는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장기적이고도 실질적인 탈(脫)중국 전략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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