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미국에 이어 한국도 기준금리의 대폭 인상이 예상된다.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3년 만에 집값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질렀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하지만 역대 금리 인상기에 집값은 늘 떨어졌을까. <이코리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5일 금융·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로 동일하다. 하지만 시장금리인 한국통안채 6개월물과 미국의 리보금리 6개월물로 본 한국과 미국 시장의 금리는 이미 역전됐다. 오는 26일 열리는 다음 FOMC 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75bp 인상이 유력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추가적 자금유출과 원화약세 심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금리인상 행보와 결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확인되면서,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 급등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5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로 전달과 비슷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상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이미 지난달 상단 기준 7%대를 넘어선 바 있다.

통상 대출은 기준금리에 일정 부분 가산금리가 더해진 금리로 받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집값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말 금리가 상승하면 집값은 떨어질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에 금리와 집값이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갖진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금리가 오른다고 주택가격이 꼭 떨어지진 않았다. 2005~2007년엔 금리가 높았는데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는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져서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고 올라간다”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나오기 전 2005년에서 2008년까지 금리인상기였지만 당시 집값이 계속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기준금리 상승은 4차례 있었는데, 2005년에서 2008년까지 1차 인상기의 경우 기간 내 평균 금리는 4.4%로, 집값은 약 20% 상승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통념과는 다른 수치다. 

금리인상 외에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는 이유로 대출규제도 꼽았다. 이달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강화되면서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 받기가 더 어렵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집값은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약 8년 간 과도하게 올랐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이유는 오랫동안 가격이 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대출규제라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다보니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이 안 돼서 못 사는 경우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완화된다지만 청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살아 있어 연봉이 높지 않으면 대출을 많이 받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임 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이 안 되는데다 금리도 올라갔다. 또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월상환부담도 많이 늘어났다”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외에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파트 매매 거래도 절벽이고, 가격도 주춤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집값이 과거 2008~2009년처럼 과도하게 30% 이상 빠지는 시장은 아닐 것 같다. 빠지더라도 약보합세로, 10~20% 급매물 위주로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금리상승 외에) 경제침체가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게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기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보니 수요자들이 섣불리 매수를 안 하게 되고 이는 거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이 수요자들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부동산 관련 연구기관 및 시장조사업체의 하반기 전망도 썩 밝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경제 환경의 악화로 하반기 전국 집값이 0.7%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주택·부동산시장 전망 발표를 통해 “새범부 출범 등 주택시장 활성화에 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경제 환경의 악화로 상반기 주택매매 가격은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면서 “하반기에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아 연간 0.5%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주택가격도 상반기 보합세를 보이고 하반기에 0.5% 하락해 연간 0.5%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2022년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전망 요인. 단, 응답 비중이 낮은 일부 의견은 제외함. 자료=부동산R114 REPS 
2022년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전망 요인. 단, 응답 비중이 낮은 일부 의견은 제외함. 자료=부동산R114 REPS 

부동산R114가 지난 7일부터 20일 전국 20대 이상 2,276명을 상대로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하락 전망 비중이 38%로, 상승 전망 비중(24%)보다 높았다. 부동산R114는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지른 것은 2019년 상반기 조사 이후 3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 가능성’(35%),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34%), ‘대출 규제로 매수세 약화’(12%),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량 부족’(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반기 주택 전셋값 전망은 상승 전망이 40%로 하락 전망(23%)보다 높았다. 다만 직전 조사에서 상승 전망이 62%였던 점과 비교하면 상승 전망에 대한 응답 비중이 감소했다.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로는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가 42%로 가장 많았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하반기 분양시장이 양극화 현상이 보일 것이라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전반적인 1순위 청약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되 지역별로 청약시장 양극화 현상이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유효수요가 많고 공급 희소성이 큰 곳은 청약수요자가 꾸준하되 그렇지 않은 지역은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분양가가 상승해서 오른 가격이 민간에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출규제도 강화되고 금리인상도 예정된 상황이다. 서울의 주요 입지에선 수요자들이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방소도시 물량은 미분양이 누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급과잉 지역은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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