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KG그룹이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최종 인수예정자가 선정됨에 따라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고용 문제를 포함한 노조와 채권단의 협조와 신차 개발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자금 문제다. 하지만 KG 측에선 오히려 향후 고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1부는 28일 쌍용차 인수자로 KG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생법원은 “인수대금의 규모와 인수대금 조달 확실성, 운영자금 확보계획, 인수자의 재무건전성 등 요소를 종합평가한 결과 광림 컨소시엄의 인수내용이 기존 KG 컨소시엄의 인수내용보다 불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쌍용차 관리인과 KG 컨소시엄은 조건부 투자계약서를 체결하면서 KG 컨소시엄의 인수내용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없는 경우 KG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하기로 했다. 공개입찰에는 쌍방울그룹 계열사로 구성된 광림컨소시엄도 참여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광림컨소시엄은 인수 후의 운영자금으로 75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자금조달증빙으로 제시된 1500억원을 제외하면 계열사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및 해외 투자자 유치를 통한 CB 발행 등 단순 계획에 불과하고, 재무적 투자자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KG컨소시엄은 운영자금 5645억원을 자체 보유한 자금으로 전액 유상증자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하여 인수대금에서의 득점 차이를 상회하는 높은 득점을 획득했다는 설명이다. 

KG컨소시엄은 특수목적법인(SPC)인 KG모빌리티, KG ETS, KG스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및 켁터스 PE, 파빌리온 PE로 구성되어 있으며 컨소시엄 대표자는 KG모빌리티이다. KG그룹은 인수대금으로 3355억원, 여기에 운영대금 약 6000억원을 더해 쌍용차 정상화에 약 1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KG그룹은 국내 최초의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인 회사로, 이니시스, 에듀원,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KG그룹은 모두 9개 분야의 21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며, 상장사로는 KG케미칼, KG이티에스, KG스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등 5개 계열사가 있다. 

쌍용차는 빠르면 7월 말,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8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관계인 집회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받을 계획이다. KG그룹은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과의 투자계약에 비해 인수자 요구 지분율을 낮추고 인수 금액을 더 높인데다, 공익채권 변제 재원을 확보해 채권단 설득이 한결 용이할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차는 202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경영 포기 선언 이후 2년 만에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정상화를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았다. 우선 쌍용차의 높은 인건비(고정비) 문제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통상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일각에선 고용문제를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빚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G그룹 관계자는 29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수 년 간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서 자발적인 퇴사나 이직이 많은데다 향후 쌍용차가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필요한 인재들이 오히려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입찰 시 고용안정을 위해 5년 간 인력감원이 없다면 노조 측이 매각에 동의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이는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내건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도 당분간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데다 정년퇴직 인원이 1년 평균 150여 명이다보니 자연감소분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쌍용차의 경우, 2030년이 되면 기존 인력의 반도 안 남는다. 오히려 몇 년 지나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며 “쌍용차 내부에서 분산된 노조를 13년 만에 통합시켰다. 생존이 시급한 만큼 예전처럼 투쟁적인 노조가 아닌 ‘정책’ 노조로 색깔이 바뀌었고 서로 윈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문제 외에 늦은 전기차 전환 등 기술 격차와 완성차 업계의 설비 투자 경쟁 등도 당면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쌍용차 측은 신차 토레스의 사전계약 대수가 지난 27일 기준 이미 2만5000대가 넘어서 흥행에 성공한 만큼 이를 토대로 향후 전기차 등 추가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토레스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2000대가 넘게 팔렸는데 신차 효과가 긍정적으로 있다고 본다. 토레스 전기차 모델까지 차질 없이 나오면 해볼만 하다"면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날 거다. 향후 물량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느냐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점을 견제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쌍용차의 정상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연구위원은 "일각에선 저효율, 고비용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말도 안 된다. 부품업체와의 관계도 살펴봐야 하는데,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쌍용차 물량이라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전기차 생산효율성이 높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돌파구 마련책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처럼 자동차산업이 독점인 나라도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쌍용차 정상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