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권역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감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권역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국내 증시의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당시 사용했던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9일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닥지수의 지난 한 달간 등락폭은 –14.3%로 세계 대표 주가지수 40개 중 가장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 또한 –10.86%로 이탈리아 FTSE MIB(-10.91%) 지수에 이어 하락률 4위를 차지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의 낙폭은 다른 국가의 증시와 비교해도 낙폭이 큰 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금지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은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증시가 불안정해지자 지난 2020년 3월 16일부터 지난해 5월 2일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0년 3월 13일 1771.44까지 하락했던 코스피는 공매도 재개 다음 거래일인 지난해 5월 3일 코로나19 이전 수준 이상인 3127.20까지 상승했다. 현재는 공매도가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부분 재개된 상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내고 “2020년 3월초 거래대금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율이 10%에도 육박했지만, 법안 시행일부터 공매도가 거의 없었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 지수는 반등에 성공하여 꾸준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다만 공매도 일시 금지가 풀린 2021년 5월 3일부터 공매도 거래는 다시 재개됐고, 그 때부터 지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지수 변동성 확대 시기에 수급의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매도 급증은 지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는데 지수 안정화 정책 중에서 공매도 거래금지가 지수 바닥을 잡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공매도 금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국내 공매도 시장은 개인투자자에 비해 외국인·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린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요소를 개선하고 접근성을 높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28일 기준) 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2.41%로 1%대였던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20% 수준인 일본 등 다른 금융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작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는 것보다, 외국인·기관에 대해서도 개인투자자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거나, 아예 공매도 자체를 폐지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단축하고 변경하고 담보비율은 140%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전달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불안에 대응하여 자본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위기대응 조치 수단과 경험, 변화된 금융, 상황 등을 기초로 시장상황에 맞춰 시장안정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은 물론 업계와도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이 제시한 대책은 공매도 금지는 아니었다. 이 원장은 “자사주 매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시장 불안에 편승한 투자자 피해 유발행위 등은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하고, 불법 공매도 점검 및 조사를 강화하는 등 신속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공매도 한시 금지를 금융위에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필요한 제도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점검하고 건의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정책에 대해 어느 시점에 쓰겠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다고 해도 증시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 공매도 금지조치 이후 일부 종목군을 제외하면 유동성이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시장 전반의 안정화 조치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공매도 금지조치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대부분 5일 이내에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설령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더라도 그 기간은 최소한으로 한정할 것을 조언했다.

국내 증시의 과도한 낙폭이 공매도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규모는 6월 6183억원으로 5월(6145억원)으로 불과 38억원 가량 늘어났다. 6월 들어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공매도가 국내 증시의 낙폭을 확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한편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이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활성화 및 불법 공매도 조사 강화라는 금감원의 카드가 국내 증시의 낙폭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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