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2366.60)보다 16.60포인트(0.70%) 오른 2383.20에 개장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366.60)보다 16.60포인트(0.70%) 오른 2383.20에 개장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각국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역대급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시 주요 지수는 모두 1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2685.90에서 이달 24일 종가 기준 2366.60으로 11.89% 하락하며 2400선이 붕괴됐으며, 코스닥은 같은 기간 893.36에서 750.30으로 16.01%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세계 주요 지수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하락폭은 두드러진다. 실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지수, 나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5.33%, 4.51%, 3.92%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 주요 지수 또한 국내 증시보다 하락폭이 작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같은 기간 2.89% 하락하는데 그쳤으며, 중국 상하이·선전종합지수는 오히려 각각 5.13%, 9.25% 상승했다. 홍콩 항셍지수 또한 1.42% 올랐다. 6월 들어 코스닥·코스피가 세계 주요 지수 중 1, 2위에 해당하는 하락폭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 불황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 공통 요인에 따라 발생한 것임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의 하락폭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와 증시의 독특한 성격이 하락폭이 과도하게 확대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여타 주식시장 대비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데 ▲경기침체 시 수출둔화 우려 ▲외국계 자금유출 지속 ▲개인 투심 위축으로 인한 매수주체 실종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국내 증시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3%나 증가했지만, 이달 들어 20일 기준 3.4% 감소하며 방향이 바뀌었다. 게다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만큼 무역적자 또한 늘어나고 있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반도체 업종 비중이 큰 국내 증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일 낮 1시 기준 18.68%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6만7400원에서 이달 24일 종가 기준 5만8400원으로 13.35%나 급락했는데, 이는 코스피 전체 하락률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업종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 또한 가권지수가 8.95%나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증시가 반등 동력을 상실한 점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3일 기준 56조3946억원으로 한 달 전(58조6646억원)보다 2.3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인 지난 1월 27일 75조1073억원까지 늘어났으나, 반년 만에 4분의 1이 줄어들었다.

증시가 활황일 때 불었던 ‘빚투’ 바람도 잠잠해졌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3일 기준 19조2161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3조원 수준을 유지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해 지난 21일 처음으로 20조원 아래로 감소했다. 

최근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빅스텝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5%~1.75%로 국내(1.75%)와 같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최근 연준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연달아 단행하면서 금리격차가 좁혀지게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 여부는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아직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3주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사이 새로운 정보를 보고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해외자금 유출 우려 및 지속적인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한은 또한 한 차례 이상의 빅스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병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한국이 더 취약한 이유는 ▲한국도 빅스텝이 대기하고 있고, ▲향후 한국 수출 감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보다 가계 총부채 상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한국 내수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스피는 27일 낮 1시 현재 전일 대비 1.98% 상승한 2413.39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 들어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증시가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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